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이 중장기 비전과 성장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그룹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입니다.

한진그룹의 이번 발표는 행동주의펀드 KCGI의 주주제안과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에 대한 반응입니다. 국민연금과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해왔습니다.

한진그룹은 경영 발전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주주 중시 정책 확대, 사업구조 선진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감사 1인을 사외이사로 대체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비율을 3대 4로 바꾸고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 위원회를 도입하는 동시에 이익의 절반을 배당하고 유휴자산 등을 매각하겠다는 것입니다.

한진그룹의 이번 행보는 KCGI의 공세가 거세진 가운데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 KCGI의 제안을 모두 거부하는 모양새는 한진그룹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KCGI는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심의하고 범죄가 있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임원 선임을 금지하는 등 현 경영진의 활동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는 데 한진그룹의 발표에서는 빠지거나 완화된 게 이를 방증합니다.

KCGI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적정선에서 수용했다는 것입니다. 한진그룹의 방안이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KCGI가 내놓은 안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어쨌든 한진그룹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이익 확대 의지를 드러낸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총수 일가의 장악력이 강하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기 때문입니다.

한진그룹의 발표가 현실화하는지 계속 지켜보고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유의미한 변화는 계획이 아니라 주주총회에 추천될 사외이사 후보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과 배당 확대의 실천 여부 등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한진그룹의 이번 발표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주주들의 바람을 받아들여 변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진그룹의 발걸음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속도를 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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