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들어 국내외 증시는 지난해 과매도 부분의 되돌림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1월 중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한 달 만에 약 3조원을 넘어서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인 약 6조원의 절반 이상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추이는 이머징마켓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 흐름과 연동되는 모습이기에 일단 패시브 성격의 자금 유입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머징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순유입 추세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경기 측면을 고려해보자.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한 시점에서 G2 무역분쟁 및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가 맞물림에 따라 시장에 급격한 경기침체 발생 우려가 확산된 바 있다.

반면, 지난 12월 이후 미.중 정상의 무역분쟁 조건부 휴전 및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신중 모드로 선회, 중국 경기부양책 발표 등으로 급격한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며 위험자산 선호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의 과매도 부분 되돌림 현상을 지지하는 배경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신흥시장으로의 유동성 순유입 전환이 지난해 하반기와 달라진 환경이다. 최근 외국인 중심의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조심스럽지만 유동성 장세 전개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몇 가지 환경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연준 통화정책 스탠스의 변화다. 미국 연준 의장을 포함해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이 추가 금리 인상 신중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확장기의 후반부에 장단기 국채 금리차가 역전되는데 과거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 시기 전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폭은 제한적이었고, 현재 장단기 금리차는 역전이 임박하다. 이와 함께 최근 연준이 자산축소 정책을 일찍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를 부추길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미국의 경기 침체가 임박한 경우라면 긍정적인 의미는 퇴색하겠지만, 현재 미국 경기는 확장기의 후반부로 평가되고 있다. 연준의 비둘기파적인 스탠스 전환 모드와의 조합은 미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센티멘탈 개선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는 연준의 스탠스 변화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보류로 이어져 올해 상반기 중에는 완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증가한 점이다. 최근 ECB는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및 유럽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의 전저점 부근 하락 등 경기 여건 부진으로 인해 자산매입 프로그램과 TLTRO(저금리 장기대출 프로그램) 재가동 가능성 등 완화적 통화정책 쪽으로 무게 중심의 이동이 기대되는 중이다.

브렉시트 리스크가 가변적인 변수이지만, 리스크 지표인 유럽 CDS(신용 부도 스와프) 프리미엄의 최근 하락 전환 및 영국 주식시장과 파운드화 가치의 반등 흐름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 등 최악의 상황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 중인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중국 인민은행이 1월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bp씩 100bp의 지준율을 인하한데 이어 추가 인하 및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경제공작회의에서 시사했던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투자 촉진책(지방정부의 채권 발행한도 확대) 등 재정정책까지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1월 하순에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2,575억 위안(약 43조원)을 기존보다 15bp낮은 3.15%로 공급해 실질적으로 금리 인하를 실시했다.

과거 지준율 인하 싸이클 이후 반등세로 전환했던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째 반등으로 전환 중인 점은 중국 경기의 영향력이 큰 신흥국 아시아 증시에 대한 센티멘탈 개선 기대 환경이다.

긍정적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1월 국내외 증시 상승에 기여한 주요 변수 중 한 가지는 미.중 무역분쟁이 갈등 심화 국면에서 협상 국면으로 해빙 무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휴전 시한인 3월 초까지의 협상 결과와 이에 대한 평가가 향후 다시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경기 확장의 후반부로 들어서고, 중국은 경기 경착륙 우려에 직면 중이라는 경기 여건을 고려하면 G2가 추가적인 관세 부과 등 강대강의 대립을 재개하기보다는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을 맞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통상 마찰의 확대보다 성과물 수확과 봉합을 원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과거 장기 박스권을 지속했던 KOSPI가 지난 2016년 이후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의 레벨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의 레벨업 배경에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급증과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국의 수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것과 올해 1월 수출도 반도체 수출 감소가 맞물려 2개월 연속 내림세가 우려되고 있다. 올해 연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국내증시의 반등은 반갑지만, 올해 실적전망이 하락 중인 가운데 이와 엇갈린 주가 상승이라는 점은 달갑지 않다.

이에 따라 주가 반등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지 혹은 추세화 될지는 실제 실적의 향후 방향이 관건이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실적 개선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가 유지되거나 강화될 수 있을지가 향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을 요약해 보면, 2018년 4분기에 신흥국 증시를 압박했던 주요 환경의 변화 및 여전히 유효한 국내증시 밸류 메리트와 과매도 수준, 글로벌 유동성 모멘텀 등을 고려할 시 국내증시는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기대된다. 다만, 1월 증시의 반등폭이 컸던 만큼 2월은 상승속도 조절 가능성을 고려하는 시장 대응은 필요해 보인다.

근래 국내외 경기 및 실적 펀더멘탈과 주가의 방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임에 따라 일단 베어마켓 랠리 성격인 것으로 평가되며, 이후 베어마켓 랠리를 넘어서는 상승의 추세화 여부는 올해 하반기 반도체 싸이클 등 IT 업황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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