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英 등 주요국 정상 줄줄이 불참..초라해진 '경제올림픽'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이 22일(현지시간) 개막했지만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세계 지도자들이 글로벌 번영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미국, 중국, 영국 등 주요국 정상들이 줄줄이 불참하면서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주요국의 불안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특히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 나타났던 공조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다보스 포럼이 추구하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이라는 이상이 자국 우선주의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되레 보호무역을 기치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연방정부 셧다운(부분폐쇄)까지 장기화하고 있다. 중국은 성장 둔화 리스크, 유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시끄럽다. 

◇ 주요국 정상 잇단 불참..."글로벌 위기 방증"

다보스 포럼 개막 전부터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 정상들은 대거 불참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상 최장으로 길어지고 있는 셧다운 수습을 위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에 총력을 쏟겠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개월째로 접어든 노란조끼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사회적 대토론을 벌이느라 참석을 취소했다.

CNN은 "세계가 위기 상황에 빠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3.5%로 3개월 전 3.7%보다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6%로 내렸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망도 암울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해 9∼10월 전 세계 91개국 CEO 1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1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앞두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29%가 12개월 내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1년 전보다 비관적 전망이 6배로 늘어난 것이다.

◇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전쟁으로 심화하는 보호무역주의가 그림자를 드리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포럼 불참의 배경으로 셧다운을 들었지만, 지난해 포럼에 참석했을 때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기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택했다. 지난해 양국은 서로를 향해 고관세를 매기며 악화일로를 걷다가 연말 '90일 휴전'으로 갈등이 일시 봉합됐다. 미중 무역협상의 마감시한이 오는 3월 1일로 다가오고 있지만, 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지 않다. 

이달 30~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 류허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협상을 벌이지만, 미국 통상담당 관리들이 중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협상에 관여하는 관리들은 무역협상에서 포괄적 합의의 일부로 추진되는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중국 정부가 거부할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절도 등 이른바 '기술 도둑질'로 불리는 불공정 관행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을 중국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실질적 제도 개선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을 더 늘리되 개혁요구는 완화하는 방안이 무역 전쟁을 끝내고 증시 불안을 잠재우는데 충분한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며 오는 3월 1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의 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중국,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 성장률 6.6%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대외적 악재와 더불어 성장 둔화라는 대내적 위기까지 있다. 중국의 둔화는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그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로 28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톈안먼 사태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1990년 이후 최악이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무역전쟁이 종료되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 세금 감면 이외에는 특별한 경기 부양책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경기 부양을 시도하곤 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부채 누적으로 이같은 경기 부양책을 시도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성장이 5%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사업 등을 통해 수출투자 집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이러한 전략에서 벗어나면서 성장이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 노딜 브렉시트 리스크

유럽 역시 브렉시트로 불안하다. 브렉시트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악의 상황인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당시 전체 유권자 4650만 명 중 72.2%가 참가해 51.9%가 'EU 탈퇴'에, 48.1%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영국과 EU는 공식 통보일로부터 2년간 탈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만약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영란은행은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영국에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는 8% 줄고, 실업률은 7.5% 증가하며, 파운드화 가치는 25%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만 영국이 요청하고 EU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면 영국의 EU 탈퇴 시점은 연기될 수 있다. EU는 이미 ‘노 딜’ 브렉시트가 초래할 혼란을 막기 위해 영국이 요청하면 브렉시트 시기를 미룰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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