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잡음이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과 더불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미 법무부는 21일(현지시간) 캐나다에 억류 중인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청구 의사를 확인했다.

같은 날 공교롭게도 이달 말로 예정된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이번주 예정됐던 사전 미팅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백악관이 즉각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양국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 멍완저우, 美: 범죄인 vs. 中: 순교자

미국 측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잠시 소강상태였던 멍 부회장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마크 리몬디 법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멍 부회장의 인도를 계속 청구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캐나다 간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설정된 (인도) 시한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몬디 대변인은 또 "법치를 실행하기 위한 상호 노력에 대한 캐나다의 지속적인 지지에 크게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맥노턴 주미 캐나다 대사는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 정부에 마감 시한인 오는 30일 이전에 멍 부회장에 대한 인도 요청을 정식으로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멍 부회장의 인도 마감시한은 1월 30일인 셈이다. 

캐나다는 지난달 1일 미국의 요청으로 멍 부회장을 밴쿠버에서 체포했다. 멍 부회장은 미국의 이란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보석으로 일단 풀려나 캐나다 내에서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멍 부회장이 미중무역분쟁의 '순교자'라며 동정론이 확산되며 미국과의 갈등이 첨예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언론은 멍 부회장을 미중 무역분쟁의 ‘순교자’로 비유하며 미중 무역 분쟁으로 생긴 벼락을 한 몸에 받는 ‘피뢰침’이라고 전하고 있다.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서 멍 부회장의 무사 귀한을 기원하는 종이컵이 등장했다. 컵에는 등대가 그려져 있으며, ‘등대는 기다린다. 완저우(晚舟, 석양녘의 배라는 뜻)가 빨리 귀항하기를’ 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여기서 완저우는 멍완저우의 완저우다. 이 같은 컵은 화웨이 직원들이 돈을 거두어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 시진핑 경제책사 방미 앞두고 잡음

미 법무부가 멍 부회장의 범죄인 송환 요청을 재확인한 날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안감도 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오는 30~31일 워싱턴DC를 방문해 갖는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사전 미팅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에 뉴욕증시는 1% 넘게 떨어지며 닷새 만에 하락했다. 다만,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계획된 미팅 자체가 없었으며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면서 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이번 보도는 미국과 중국이 지적 재산권 등과 관련된 핵심 이슈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소식통은 "미·중간 대화가 전화로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주 회동 계획이 무산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의 휴전 합의를 넘어서는 완전한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30~31일 열리는 양국의 협상을 앞두고 미국 통상담당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대중 '협상파'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무역협상과 관련한 일련의 내부 전략회의에서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이미 부과한 대중 관세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