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국내외 증시의 특징은 과매도 국면을 일정부분 되돌리는 흐름으로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여전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어닝시즌을 맞아 국내 증시 전반의 실적 전망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임을 고려하면 최근 증시 반등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증시 흐름의 성격을 파악해 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연초 증시를 복기해 보자. 과거 1990년 이후 글로벌 경기선행지수 상승 시기에 진행됐던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싸이클은 신흥시장 주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한 상황에서 6월 초 G2 무역협상 결렬과 갈등 심화 및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 등이 맞물려 이머징마켓 주가는 다소 가파른 조정 흐름을 나타냈다.

경기 측면에서는 G2 무역분쟁 여파가 선행지수 하락에 악재로 추가되고, 유동성 측면에서는 미국과 신흥시장간의 정책금리차 확대 및 강달러가 자본 유출 여건으로 작용했다.

또한 신흥국들은 경기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책 금리를 동반 인상해야 하는 정책상의 제약 환경에 놓여 있었다. 반면, 2019년 연초 들어서는 지난해 이머징마켓을 괴롭혀 왔던 두가지 주요 악재가 완화된 점이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첫 번째, 미국과 중국간의 G2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기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오는 2024년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제로(0)로 줄이기 위해 미국산 제품 수입을 약 1조 달러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아직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에 부과했던 수입 관세의 일부를 철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일부 미국 언론에서 전하고 있다. 보도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지난해와는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1월 들어 은행권 지준율을 1%포인트 인하하고, 정책금리 인하 등을 포함하는 완화적인 통화정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선행지수 하락에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금리를 동반 인상해야 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최근 중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사는 신흥국 입장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부담 완화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부분으로 해석된다.

즉, 올해 연초 들어서의 국내외 증시 반등은 G2 무역협상 진행과 중국의 경기부양 기대 및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확률 하락, 주춤해진 달러 강세 기조 등 달라진 대외 여건들이 주요 배경인 셈이다.

악재가 지배하던 국면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최근에는 긍정적인 항목으로 평가되면서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1조 5000억원 가량의 순매수로 전환한 점도 지난 연말과는 달라진 흐름이다.

최근 한국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7.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배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거나 하회 중인 상황이다. 또한 한국증시의 신흥시장 대비 PER 할인율은 23%, PBR 할인율은 36%로 저평가 폭이 심화돼 있다. 이는 당분간 코스피 하단부에 대한 지지요인이다.

반면, 지난해 연간 거래소 주요 기업들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은 200조원대 수준인 반면, 올해 합산 영업이익은 180조원대 초반으로 10% 이상의 감익 전망이 현재 시장 컨센서스인 상황이다.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 하락이 지난 연말 주가 하락을 통해 상당부분 반영된 바 있어 최근 주식시장의 어닝시즌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실적 전망 등 펀더멘탈 컨센서스가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이 국내증시의 추세적인 상승 전환 기대를 약화시킬수 있는 여건이다.

이번 증시 반등은 일단 태생적으로 베어마켓 랠리 국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베어마켓 랠리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지의 여부는 실적 전망치가 악화된 지난 4분기보다는 올해 연간 및 내년 경기와 실적 전망에 대한 시장 기대와 컨센서스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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