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백화점의 명품 프라다 매장

#) 엠마 리우는 베이징에서 꽤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최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명품 페이셜 크림을 포기하고 온라인에서 값싼 스웨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13억 중국 대륙의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묻지마식 소비로 글로벌 제품들을 흡수했던 중국인들이 합리적 소비로 돌아서면서 외국계 브랜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자동차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비재를 망라하며 중국 수요가 둔화했다는 신호가 나타나면서 다국적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묻지마'식 소비 시대는 끝났다

폭스바겐부터 애플까지 세계적 기업들은 중국 경제에 크게 기대고 있다. 중국 경제 전망을 무시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했다. 

중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 전 세계 기업들이 움찔할 수 밖에 없다. 20대의 리우 씨는 FT에 "직장에서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돈을 현명하게 써야할 것 같다. 저축을 하면 좀 더 안정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고가 제품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스 아시아 본부장은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제품들을 구입하려는 의지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이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30%에 달한다. 

◇ 부동산부터 해외관광까지 허리띠 졸라맨다

중국 소비자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부동산 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다. 베이징 부동산개발업체들은 계약금을 부동산 가격의 30%으로 요구했으나 이제는 10%로 낮췄다. 대륙의 부호들의 소비를 대변하는 홍콩 보석판매도 줄었다. 고급 가구판매 역시 지난해 6% 늘어나는 데에 그쳐 성장률이 반토막났다. 화장품 판매 증가율 역시 10.5%로 전년의 13.5%보다 줄었다.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도 지난해 하반기 주춤해졌다. 중국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해외로 여행을 떠난 중국인들은 지난 한해 전체로 6900만명으로 2017년 하반기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 관광객 증가율 15%보다 크게 줄었다. 

국제유가가 지난 10월 고점 배럴당 85달러에서 최근 60달러까지 밀리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졌지만, 저유가에 따른 역풍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노펙과 같은 중국국영석유공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소비 둔화에 휘청거렸다. 게다가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18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 성장 촉진보다 둔화 중단에 방점

미국과의 무역전쟁까지 가세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했다. 최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이즈스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아시아 본부장은 "정책입안자들이 급격한 성장을 유도하기 보다 성장 둔화를 멈추는 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성장 둔화를 막더라도 중국의 부양정책은 전통적으로 대형 산업 중심으로 직접적으로 소비를 촉진하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의 분위기가 급반전하기 전까지 해외 브랜드들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성장을 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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