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동통신업체 화웨이의 보안관련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캐나다에서 이어 이번에 화웨이가 집중 공략하는 시장 유럽의 폴란드에서도 고위 간부가 체포됐다. 

화웨이 제품이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폴란드 정부까지 동의한 셈이다. 화웨이의 5G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대표적 미국 IT기업인 애플과 같은 화웨이의 경쟁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 미국 기업도 화웨이 사태에 부수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 加 이어 폴란드 화웨이 임원 체포...스파이 혐의

폴란드 당국은 지난 8일 화웨이 소속 중국 직원과 사이버 산업에 종사하는 자국민 1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된 중국인은 화웨이 폴란드 지국 소속 판매 담당 임원으로 이름은 왕웨이징이다. 그는 화웨이에 합류하기 전 폴란드 영사관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체포된 폴란드인은 전직 국가안보부(ABW) 요원으로 현재는 폴란드 통신사 '오렌지 폴스카'에서 보안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폴란드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자 화웨이는 즉각 해당 중국 직원을 해고했다. 화웨이는 12일 폴란드에서 체포된 직원 왕웨이징과 고용관계를 즉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해고 사유를 회사의 국제적 평판에 해를 끼쳤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화웨이는 또 체포된 직원에게 제기된 혐의는 화웨이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화웨이가 이토록 신속히 해당 직원을 해고한 것은 미국이 화웨이가 네트워크에 스파이웨어를 심는 방법으로 다른 나라의 정보를 훔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 창업자 딸 멍완저우, 캐나다서 체포

지난 12월 캐나다에서는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전격 체포된 바 있다. 멍 부회장의 혐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이었다. 미국은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북한 등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멍 부회장은 일주일 후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중국에서도 다수의 캐나다인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체포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멍완저우 화웨이 CFO

 

미국은 2012년부터 사이버 안보 등을 이유로 화웨이 제품 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어 영국과 호주 등 동맹국에까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화웨이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자국 통신망에 접근, 군사·산업 관련 핵심 정보들을 빼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 "화웨이, 사이버 안보 위협"

캐나다에 이어 폴란드에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혐의로 체포되면서 화웨이의 유럽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럽은 화웨이가 집중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폴란드 정부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공동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요아힘 브루진스키 내무장관은 폴란드 라디오 방송 RMF FM과 가진 인터뷰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화웨이 직원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 EU와 나토가 통일된 접근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에서 화웨이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화웨이 배제 동참을 촉구하는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등이 5G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주요 통신 사업자들도 5G 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외할 조짐을 보인다. 영국에서는 해외정보국(MI6) 수장에 이어 국방장관까지 나서 공식적으로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한 안보 우려를 제기하면서 5G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배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체코 정부는 최근 보안 우려를 이유로 자국 공무원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 "美 기업, 중국에서 더 큰 피해볼 것"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CNBC의 간판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 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지난 2일 중국에서 수요 둔화를 이유로 1분기 매출 전망을 하향했다. 이로 인해 애플의 주가는 다음날 10% 가까이 급락했다.

세계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11일 중국 수요 둔화로 애플에 이어 미국의 소비재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며 스타벅스는 물론 염 브랜드의 투자 급등을 각각 하향했다. 

크레이머는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소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애플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하는 등 중국 정부의 대미 무역전쟁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 기업에게 나쁜 뉴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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