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하락, 모바일 부진에 지난해 4분기 영업익 10조원 하회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달성이 무산됐다. 반도체 슈퍼호황이 꺾이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매출이 59조원,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이라고 잠정 실적을 공개했다. 2018년 연간 영업이익은 60조에 못 미치는 58조89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전 분기 대비 9.9%, 영업이익은 38.5%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0.6%, 영업이익은 28.7% 감소한 수치다.

앞서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평균 예상치는 13조을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어닝쇼크'다.

당장 주식시장에서는 반응이 나타났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1.68% 하락하며 3만8100원을 기록했고, 코스피지수도 11.83포인트(p)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부진에는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크다. 부문 실적 발표는 없었지만, 업계에선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을 8조원대로 추정했다. 실적 신기록을 기록한 전 분기(13조6500억원)보다 40% 넘게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아마존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전략적 판단으로 투자와 메모리 구매를 미루면서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보인 것이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인텔 CPU 공급 부족으로 인해 PC 수요가 부진하고, 아이폰 신규 모델을 비롯한 스마트폰 업황도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태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RAM 가격이 10% 떨어지고, 출하량은 18%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NAND 가격도 23% 하락하고, 출하량은 13% 감소한 것으로 봤다.

이외에 IT·모바일 부문인 IM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부문 전성기인 2013년 3분기 영업이익(6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처참한 성적이다.

문제는 실적 회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도체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 D램 가격이 추가로 10% 이상 하락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당분간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도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수급 악화와 스마트폰 사업의 구조적 난관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하반기까지도 완만한 하락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D램 수급 저점은 내년 4분기"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증가한 메모리 재고가 올 1분기에 가격하락 압력으로 이어져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 추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올 상반기에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수준을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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