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편중' 부작용 현실화.."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 개선 예상"

삼성전자가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이 꺾이면서 주축인 반도체 사업의 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스마트폰 실적도 둔화한 데 따른 것으로, 올 상반기에도 하강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연간 매출액이 처음 240조원을 넘어섰으며, 영업이익은 60조원에 육박하면서 또다시 '실적 신기원'을 이뤄냈다. 당기순이익도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 전년에 이어 또다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것이 유력시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12월(4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각각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65조9800억원)보다 10.6% 줄었으며, 전분기(65조4600억원)보다도 9.9% 감소했다. 이는 올들어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영업이익은 1년 전(15조1500억원)에 비해 28.7% 축소됐고,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전분기(17조5700억원)보다는 무려 38.5%나 줄어들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는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13조3800억원)보다도 훨씬 낮은 것으로, '어닝 쇼크' 수준이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돌면서 전분기(13조65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IM(IT·모바일) 사업 부문은 갤럭시S9 시리즈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친 탓에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대에 그치면서 전분기(2조2200억원)에 훨씬 미달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도체와 함께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DP)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1조원 수준,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은 5000억원 안팎을 각각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례적으로 잠정실적 공시에 별도의 설명자료를 첨부하고 4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설명했다.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확정 실적 발표 때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삼성전자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경쟁 심화로 실적이 둔화됐다"면서 "1회성 비용 발생도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의 경우 메모리 업황 약세가 지속되면서 실적 약세가 전망되지만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액 243조5100억원과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고 성적표'를 써냈다. 전년보다 각각 1.6%와 9.8%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 60조원을 처음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됐다. 반도체 사업에서만 영업이익 45조원 안팎에 달하면서 전체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돼 '반도체 편중'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슈퍼호황이 꺾이자마자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도 급격히 줄어들어 걱정했던 부작용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5G,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에 대응하기 위해 칩셋, 올레드 등 부품 기술을 강화하는 한편 폼팩터 혁신, 5G 기술 선도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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