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가 시작되고 있다.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10월보다 0.7%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5.1% 줄었다. 믿었던 반도체마저 경기가 꺾이면서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진 탓이다.

 

2018년 11월 산업활동동향 <자료=통계청>

■반도체 쇼크 현실화…기업 생산·투자 동반부진 

현재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설비를 늘릴 수 없다. 

우울한 것은 내년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4분기(10~12월) D램 평균가격이 3분기(7~9월)대비 8% 떨어지고 내년엔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암울한 전망은 실제 기업들의 투자 증가율로 드러난다.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특수산업용기계 분야의 투자 증가율은 10월 마이너스(-)10.1%를 기록했다. 11월 역시 -9.4%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설비투자가 줄면 생산과 출하량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11월 반도체 생산은 10월 대비 5.2% 감소했다. 반도체 출하량은 전월보다 16.3% 감소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와 견주어 봐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이다. 실제 반도체 출하량 감소 폭만 두고 보면, 2008년 12월(-18%) 이후 가장 크다. 

반도체 쇼크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대외환경 때문이다. 

미·중 양국은 '90일 휴전'을 맺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은 이미 고율의 관세 부담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구글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 이후 투자를 줄였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는 급감했다. 

■세밑 기업 체감경기 '꽁꽁'

이러다보니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동시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현재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월 연속 하락했다. 8개월 연속 하락은 2000년 9월~2001년 4월 후 17년 만이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8.6으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표는 6개월째 하락세다. 

기업 체감경기도 2년 2개월만에 최악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2월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72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체 산업 업황 BSI는 2016년 10월(71)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이 협상 시한인 내년 3월 1일까지 돌파구를 마련할지 여부다.

미·중 무역전쟁이 종식된다면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던 악재들은 단번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인과 분석가들은 이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스콧 피셔 디핀다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인 입장에서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선 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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