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관찰되는 주요 특징은 선진국 증시 대비 신흥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다.

신흥국 증시 자체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기보다는 선진국 증시 조정폭이 커진 데 비해 신흥국은 완만한 횡보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이머징마켓의 상대강도 강화라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조정폭 및 변동성이 커진 미국증시 대비 한국증시의 상대적인 변동성 축소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크게 세 가지 경로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는 유동성 측면에서 신흥국 증시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조성했던 달러화 강세의 둔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다.

올해 1분기 이후에는 미국 중심의 경기 호조와 연준 중심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 왔다. 미국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상승은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환경이지만, 특히 달러화와 대칭 흐름을 보이는 신흥국 주식시장에 더 부담을 주는 변수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연초 3%대였던 30년 만기 미국 모기지 금리가 연준의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최근 4% 후반에 들어선 가운데 주택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 부동산 경기 관련, 연준의 입장에서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사용하기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여전히 미국의 시간당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추후 물가상승 압력과 기준금리 인상압력 조성 환경이지만, 노동생산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론적으로 미국의 임금 상승속도는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이는 시간당 임금 상승으로 인한 연준의 물가 우려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한 아직 유동적이지만, G2 무역분쟁 휴전 및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 흐름은 미국의 기대 인플레 하락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미국 중심의 경기 호조 및 연준 중심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초래된 달러화 강세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올해 6월 초 G2의 무역협상 결렬 이후 양국간 갈등이 더욱 격화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주식시장은 선진시장 대비 주가 조정폭이 커진 바 있다는 점이다.

반면, 12월 초 무역분쟁 휴전 이후 중국은 내년 1월부터 3개월간 미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40%에서 15%로 인하하고, 미국산 대두와 천연가스 수입 재개 및‘중국 제조 2025’계획(미국 정부가 지식재산권 도용이라고 비판했던 사항)의 개정을 시사하는 등 양보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물론 90일간의 휴전 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3월 초까지 양국 실무진의 협상 과정과 3월 초의 협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겨진 리스크 요인이다. 하지만, 중국이 무역분쟁 종결을 위해 여러가지 행동에 나서고 있는 점은 이전과 달라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중국이 지난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경기에 대해 부양적인 정책 의지를 밝힌 점도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세 번째, 신흥국 증시의 선진시장 대비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할인율과 한국증시의 신흥시장 대비 PER 할인율은 2006년 이후 하단 수준으로 상대 PER의 저평가 폭이 심화된 상황이다.

또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11~12월 들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관찰되는 반면, 신흥국 시장으로는 같은기간 자금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밸류 수준과 수급 측면에서 이머징마켓의 주가 복원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물론 세계 및 신흥지역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국제 경제 기구들이 대부분 올해와 내년 세계 GDP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신흥국 증시만 상승 추세 싸이클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미국증시가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해 추가적인 주가 조정폭이 깊어진다면 신흥국 증시에도 그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지역의 경기 확장기조 및 아직 낮은 경기침체 확률 등을 고려하면 아직 선진국 경기와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Peak out 예단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미국 여야의 대립 구도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셧다운’ 사태를 맞게 된 점과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 교체를 검토했다는 일부 외신의 보도는 글로벌 증시 전반의 불안심리 자극 요인이다.

하지만, 셧다운 리스크는 정치적인 이슈로 과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사례들이 많았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막강한 파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연준 의장을 포함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직 연준 의장 해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장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증시도 정치적인 내홍에서 벗어나면 변동성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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