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장기적 시각으로 봐야…재무부담도 '악재'

짐 로저스 회장

리조트 개발업체인 아난티가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Jim Rogers) 회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0여일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난티에 대한 투자 과열에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북 경협이 단기간에 성사되긴 어렵고, 재무부담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난티는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짐 로저스 회장을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짐 로저스 회장은 월가의 투자 귀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해 10년간 4200%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그동안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북한 투자에 관심이 많았으며, 북한이 가장 먼저 개방할 수 있는 분야로 관광업을 꼽기도 했다. 유일하게 금강산에 골프장과 리조트 운영권을 보유한 아닌티에 관심을 보였다는 평이다. 그가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난티는 2008년 김정일 정권 시절 900억원을 들여 금강산에 골프장과 온천 시설을 짓고 회원을 유치했다. 165만㎡(약 50만평)의 대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고 자쿠지 빌라 96실, 유황 노천온천 등을 건설했다.

남북 경협 훈풍에 짐 로저스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까지 더해지면서 아닌티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공시 당일 종가가 9860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21일에는 2만2400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은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짐 로저스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의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면서도 "남북경협은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고, 금강산 리조트가 다시 개장한다 하더라도 비용투입 등 리스크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난티

여기에 아닌티 주가가 오를수록 손실이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6월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문제가 됐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특성상 발행 당시 잡은 전환가액(1만972원)과 현 주가 간 차이가 평가손실로 잡힌다.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 3분기 말 전환사채 관련 금융부채는 3개월 만에 57%가량 늘어난 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탓에 당기순손실도 28억원에 달했다.

한 회계사는 "금융비용에 대해 살펴야 한다"며 "실제 손실은 아니더라도 재무상으로는 부채"라고 말했다. 이어 "아닌티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이 꼭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짐 로저스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이 당장 대북 사업의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과도한 주가 상승은 투자자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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