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한민국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나섰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4대 택시단체 소속 기사 수만 명이 모여 생존권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IT(정보기술) 대기업 카카오가 시작한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를 철폐하기 위함이다. 카풀이란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 여러 승객을 목적지로 태워주는 서비스다. 일종의 변칙적인 택시 영업이다.

최근 미국의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카풀 같은 서비스가 '공유'라는 이름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만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부작용이 크다. 미국 뉴욕에서도 차량공유가 확산하면서 택시 기사들의 수입이 급감했고, 택시 면허증에 큰돈을 투자했던 기사들이 자금난에 파산하는 사례가 급증해 사회문제가 됐다. 뉴욕시는 결국 내년부터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의 신규 면허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 카풀은 장년층에게 익숙한 개념이기도 하다. 비슷한 목적지를 가진 사람들이 한 차에 나눠타고, 가까운 목적지마다 들리는 방식이 1982년 금지된 택시 합승과 비슷하다. 당시 정부는 요금 시비와 범죄 발생 등 여러 부작용에 합승을 금지했는데, 36년이 흘러 합승이 앱을 통해 다시 부활하려는 것이다.

이날 택시 업계에서도 합승 부활과 비슷한 제안이 나왔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카풀의 장점과 혁신 기술을 일반 승용차가 아닌 제도권 자가용 택시에 적용하면 피크 시간대 택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택시 파업으로 말미암은 승객 불편 해소라는 명분으로 올해 말까지 카풀 요금 무료라는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민심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서비스 홍보까지 하는 일거양득을 노린 것이다.

그동안 택시 서비스는 불친절한 응대, 승차 거부 등으로 사용자의 원성을 사왔다. IT 업계는 이를 빌미로 일반 자동차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는 제도권 아래에서 관리되는 불편한 택시냐, 민간이 효율적으로 운영하지만, 불안한 카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혹은 재산권) 문제가 겹쳐진 상황이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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