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여부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결론이 예상보다 늦어지게 됐습니다.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적격성을 심사한 뒤 기심위에 올리기로 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습니다. 기심위는 20영업일 이내에 심의를 거쳐 상장을 유지할지 아니면 개선 기간을 부여하거나 상장폐지를 할지 결정을 하게 됩니다.

상장폐지 심사를 신중하게 하겠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래소가 그동안 보였던 태도를 고려하면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고 기심위 뒤로 숨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적격성 심사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장의 혼란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절차는 거래소 상장유지 판단→기심위 문제없음 인정→거래소 결과 발표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이달 중순쯤 최종 결론이 나오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거래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예상의 근거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작다는 것과 함께 거래소의 태도였습니다.

복수의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적격성 심사 결과를 기심위에 올리는 것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는 절차도 필요하지 않겠냐 정도로 얘기했습니다. 상장유지 결정을 하면 기심위를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외부 전문가에게 확인을 한번 받겠다는 의미입니다.

거래소는 심사에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기업의 계속성과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분식회계를 했어도 망할 회사가 아니고 수많은 투자자가 주식을 들고 있는 기업이란 점에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작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거래소는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기심위가 판단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자격에 관해 충분히 결론을 내렸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함에도 외부 전문가를 앞세우는 모양새를 취한 것입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맞아들어가는 상황에서 상장 유지 결론을 너무 빨리 내놓으면 '삼성 봐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심위의 의견을 존중해 상장 유지(또는 폐지) 결정을 했다는 발표는 논란이 생겼을 때 거래소가 한 발을 뺄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거래소는 봐주기 논란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말로만 투자자 보호를 외치는 표리부동의 상징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거래소는 언제나 투자자 보호를 강조해왔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적격성 심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장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거래를 정지시켜 두면서 주가를 방어해주는 게 투자자 보호가 아닙니다.

투자자가 자신의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투자자 보호고 거래소가 해야 할 의무입니다. 비난 가능성 때문에 합당한 이유 없이 결정을 미루는 것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신중한 판단이란 핑계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비겁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현재 시장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적격성 심사 결과 발표는 오는 24~28일 주간입니다. ▲충분히 고심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시간 ▲기심위의 심의 기한이 31일 이전의 영업일 ▲올해 주식시장 폐장일(28일) ▲사람들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는 크리스마스와 징검다리 휴일 등의 상황을 종합한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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