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무, 경영능력 인정받고 지분 증여 해결해야
"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내년 1월 깜짝 퇴진을 선언했다. 그룹을 맡아온 지 23년 만이다.
그는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하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코오롱은 후임 회장 없이 내년부터 지주회사 중심으로 운영되며, 주요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그룹 현안을 조율할 방침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퇴진이지만,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는 비상이다.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뿐더러 승계를 위한 지분정리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이 전무는 2012년에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코오롱 전략기획담당을 차례로 맡았다.
인사에서 섬유산업을 모태로 커온 코오롱이 이 전무에게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패션을 총괄하도록 맡긴 것은 경영능력을 보기 위한 것이라는 평이다.
다만 내수침체의 영향으로 회사 실적이 둔화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공세,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오롱FnC의 매출은 2014년 1조2490억원에서 지난해 1조967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627억원에서 482억원까지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이 전무는 해외 진출과 온라인 유통채널 확대 등으로 패션부문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패션사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고 평가했다.
승계를 위해선 지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 전무는 코오롱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웅렬 회장이 고등학생 때부터 회사 지분을 확보하며 승계 작업을 미리 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회장은 코오롱 지분의 49.74%를 보유 중으로, 지분 가치만 2000억원이 넘는다.
이 회장이 보유한 코오롱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승계받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전무는 코오롱글로벌 자회사인 리베토 지분 15%만 보유 중이다. 해당 지분 가치가 30억원을 밑도는 상황에서 사실상 증여세를 마련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활용을 예측했다. 다만 BW의 만기는 오는 2039년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오롱의 승계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지켜보고 있다"며 "이 전무가 경영 능력을 보이고, 지분 증여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기 위해 이 전무는 자금 마련이 시급하다"며 "BW나 공익재단 등의 방법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