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사과문.

지난 24일 토요일, 서울 마포·서대문·중구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은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혼란에 빠졌다. KT 아현지사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놀랄만한 소식이긴 하지만 이것이 과연 긴급재난문자로까지 보내야할 사항인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KT 지사 화재 소식이 대한민국 소방재난본부청이 보내는 긴급 문자로 전해진 것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이날 KT 아현지사에 담당하는 일대 통신망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카드 결제기, 인터넷, 이동통신 등이 일제히 통이 됐다. 이 때문에 가게들이 영업을 못해 문을 닫고,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는 시민들이 공중전화로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화재 후 하루가 넘게 지나면서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은 대부분 복구됐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IPTV(인터넷TV) 이용 등에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회선은 복구됐지만, 셋톱박스 등이 문제를 일으켜 기사들이 투입돼야 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KT는 황창규 회장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황 회장은 화재 발생 당일 현장을 찾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관련 기관과 협의해 피해를 본 개인 및 소상공인 등 고객들에 적극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1개월 요금 감면안을 들고 나왔지만, 피해 규모가 제각각이어서 보상을 둘러싼 진통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황창규 KT 회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문제는 기지국 관리 부실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KT가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차세대 5세대(5G) 통신망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것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기지국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회사가 5G 통신망은 잘 구축할 수 있느냐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실제로 KT는 다음 달 1일 5G 전파 첫 송출을 앞두고 오는 29일 발표하려던 5G 사업 전략 발표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아현지사 화재 사건 수습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였지만, 스스로도 차세대 통신망에 대한 청사진을 자랑하기 부담스러웠을 듯 싶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번 사건으로 지급해야할 보상비 규모는 31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한순간에 날린 것이다. KT를 포함한 이동통신사들은 5G 투자 부담을 이유로 통신요금 인하에 결사반대한다. 통신요금이 아니라 보상비나 아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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