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홀딩스, 한진칼 2대 주주로 등극

한진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한진칼'이 증권가 화두로 떠올랐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시작은 지난 15일 공시였다. 이날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의 9%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자(28.95%) 지분율에는 못 미치지만, 국민연금공단(8.35%)을 넘어선 수치다. 바로 한진칼의 2대 주주가 됐다.

마음만 먹으면 경영 참여도 충분한 규모다. 국민연금이나 다른 주요 주주와 손 잡고 경영권을 뒤집을 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한진칼의 주가는 3거래일 만에 17% 올랐다. 같은 기간 우선주 종목인 '한진칼우'는 주가가 90% 상승하며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강성부 대표는 "한진칼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 증대, 주주로서 감시·견제 강화 목적으로 지분을 늘렸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영향력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당장 한진그룹의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62%와 한진 22.19%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석기업과 진에어·칼호텔네트워크·한진광광 등을 사실상 지배하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 회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120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년 브랜드사용료와 배당금 수익으로 500억~600억원씩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경영권 분쟁을 점치고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이 잇달아 터지면서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들이 터진 영향이다.

5년 전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사 체제로 가면서 약해진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KCGI가 공략한 셈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 참여 선언을 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을 예상한다"며 "내년 정기 주총 전까지 행보에 관심"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적대적 M&A가 아닌데도 확보 지분율이 상당해 자연스럽게 표 대결, 본질적으로 임원진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레이스홀딩스는 대표소송권, 이사의 위법행위 청구권, 주주제안권,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는다"며 "이를 활용해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요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주주총회를 소집해 조양호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혹 경영권 분쟁이 아니더라도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으로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적자를 내는 호텔부문을 팔아 경영 효율을 높이고 배당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의 가치를 우선한다"며 "이번에도 경영권 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주환원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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