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어영역에서는 뉴턴 만유인력의 법칙 실재 입증 과정을 적용해 푸는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은 ‘멘붕’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수능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물리영역 시험인 줄 알았다”, “내가 한국인이 맞나 싶었다”는 등의 토로가 이어졌다. 1교시 국어영역 직후 재수를 직감했다는 이들도 다수다.

가채점 후 재수를 ‘확정’ 지은 수험생들은 기숙학원 및 재수학원 탐색에 나서고 있다. 포털 및 커뮤니티에는 학원을 추천해달라는 수험생들의 구원 호소문이 즐비하고, 사교육 1번지로 일컬어지는 대치동 학원가에 관한 질문도 수두룩하다. ‘불수능’에 겁먹은 예비 수험생들 역시 유명강사, 유명학원 찾기에 혈안이 됐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우수 학군과 학원이 밀집한 지역 찾기에 뛰어들고 있다. 덩달아 유명 학원가 근처 집값도 오름세 중이다. 지난해 11월 수능이 끝난 직후에도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제히 오름 폭을 키운 바 있다. 작년 11월 20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28%에서 수능이 끝난 다음주인 11월 27일 0.68%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당시 강남구는 0.31%에서 0.65%로 올랐고, 송파구는 0.45%에서 1.02%로 뛰었다. 서초구와 강동구 역시 0.15%에서 각각 0.47%, 0.48%로 상승 폭이 커졌다. 강남4구 아파트값은 12월 들어서도 4일 기준 0.5%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남4구에 인접한 성동·광진구를 비롯해 서울 3대 학군으로 꼽히는 목동이 있는 양천구 아파트값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윤정원 기자

불수능의 여파일까. 올해도 수능 전후로 우수 학군 지역인 강남구 등지의 매매 및 전셋값은 ‘나 홀로’ 강세를 띠는 추이다. 최근 전세 가격의 기록적 하락에 전국이 깡통전세나 역전세를 겪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20일 KB부동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강남구의 11월 2주차 전세 시세는 3.3㎡당 2161만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2019만원 대비 7.03% 상승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체 전세 시세는 같은 기간 4.13% 올라 강남 상승률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강남 파워’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강남구의 경우 매매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연식이 30년을 훌쩍 넘은 재건축 아파트가 많아 전세가율은 낮은 편이다. 게다가 올해 말 ‘헬리오시티’ 입주가 임박했고, 이달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과 내년 2월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래미안 블레스티지’ 입주도 예정돼 있어 전세가격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강남 전셋값은 견고했다. 특히 학군이 강세인 대치동과 도곡동, 역삼동 일대의 경우 3.3㎡당 전세 시세가 각각 2409만원, 2343만원, 2518만원으로 강남구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같은 강남구에서도 학군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곡동(1752만원), 논현동(1888만원), 압구정동(1824만원), 청담동(2072만원)보다 훨씬 높다.

강남구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수능 직후부터 겨울방학 때까지 전세 물량 자체가 귀하다”며 “아파트별로 확보한 전세 물건이 10개가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형의 경우 고등학교 원서 접수 마감이 12월 10일이기 때문에 그전까지만 이사를 하면 해당 주소지 인근 학교 배정이 유리한 편이다. 이 때문에 11월 전세를 구해 12월 10일 전에 전입신고를 마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11월 2주차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지난해 9월 첫째 주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문 정부 들어서 사상 처음이자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9주 만이다. 문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재개발을 검토하는 등 집값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맹모들의 ‘학세권’ 편력에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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