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나 제품을 그대로 복제
"성공하는 것도 마케팅 능력" 처벌 어려워

세계적으로 성공한 다이소 역시 에도시대 유행했던 100엔 상점을 따라 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베트남에서 '문화 복제'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특정 국가 문화나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제품 포장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까지 복제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도 대표적으로 피해를 보는 케이스다.

이른바 '짝퉁 한류' 마케팅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대부분이 중국에 국적을 둔 업체들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들 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리, 감독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를 복제하고 제품화한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체인들 대부분이 예전부터 그런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 영역 다변화하는 짝퉁기업

10년 전만 해도 'fake good(짝퉁)'이라는 단어는 핸드백, 시계 등 명품 모조품에 국한돼 사용하던 말이었다. 지금은 수많은 짝퉁 할인 제품 유통 체인이 등장하면서 원산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점을 뜻하는 단어가 됐다.

미니소(Miniso), 미니굿(Mini Good), 무무소(Mumuso), 유비소(Yubiso), 요요(Yoyo), 시미소(Ximiso), 라휴이(Ilahui), 놈(Nome), 유이(Youi) 등이 이런 짝퉁 할인 제품의 대표적인 유통 체인점이다.

Miniso는 짝퉁 체인점 업계의 대부격이다. 지난 2013년 처음 등장한 이 회사의 매장은 5년 동안 전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갔다. 60개국에 26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이 회사는, 비용 대비 고품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어 지난해에만 18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은 1~30 달러에 불과하다.

Miniso는 빨간 바탕에 흰색 글씨가 새겨진 로고를 사용한다. 이 로고는 중저가에 고품질 의류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를 연상시킨다. 디자인이 예쁘고 품질이 양호한 생활 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일본의 할인 체인 다이소(Daiso)와 유사하다. 

Mniso는 여러모로 일본 브랜드와 문화 상품을 '훔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일본에서 디자인된 브랜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일본 디자이너 미야케 준야(Miyake Junya)와 중국 기업가인 지오푸(Guofu)가 도쿄에서 회사를 설립했으며, 이 회사의 제품을 중국 광저우에서 생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의 홍콩 지사 직원은 "제품의 80~85%가 중국산이며 10~15%가 한국이나 대만에서 제조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회사인 Miniso의 공동 설립자 미야케 준야는 회사에서 내세운 '일본인 얼굴 마담'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Miniso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텐센트홀딩스(Tencent Holdings)와 힐하우스케피탈(Hillhouse Capital)이 Miniso에 10억 위안(1억4300만 달러)을 투자했다.

Miniso 투자금을 활용, 루마니아, 인도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0억 위안, 매장 10000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점으로는 최초로 북한에 매장을 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미니소(Miniso)가 크게 성업 중이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 한류 팔아온 무무소

한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인 Mumuso는 한국 기업을 여러 형태로 모방해 세계 각국의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누가 봐도 한국 기업의 매장으로 보인다. 하늘색 간판에는 상호 옆에 한국을 나타내는 인터넷 주소 'KR'이 붙어 있다.

매장에 들어가 보면 제품 겉면 곳곳에 한국어가 쓰여 있다. 화장품을 살펴보면, 언뜻 보기에는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과 같다. 진짜 한국 제품과 비교해 보면 포장재 크기, 겉면의 글꼴과 색상은 동일했다. 한국 사람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 언론들은 대부분 베트남 소비자들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가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umuso에서 구입한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을 경우,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Mumuso에 '가짜 재화 제조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1억동(약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베트남 산업 통상부는 무무소가 판매하는 2732개 품목 중 99.3 %가 중국에서 수입됐고, 나머지는 베트남에서 생산됐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이나 광고, 디자인 등을 모방한 사례는 있지만, Miniso나 Mumuso와 같이 브랜드와 제품, 비즈니스 모델까지 베낀 사례는 없다.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역시 한 나라의 문화를 복제한 대표체인이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 처벌 어렵다..파리바게트, 뚜레쥬르는(?)

전문가들은 법률상 Miniso, Mumuso 같은 체인들을 지적 재산권 침해 행위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이미지에 속아 이런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피해를 입더라도 소비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품의 제조국이나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와 달리, 한국이나 일본 제품처럼 보이고 들리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대한 금지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외국 이름이나 분위기를 살린 레스토랑이나 매장을 운영할 수 있고, 법적으로 이를 처벌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며 "프랑스풍의 상호와 매장 인테리어로 성공을 거둔 한국 제과 브랜드 '뚜레쥬르', '파리바게뜨'도 이런 사례"라고 설명했다.

Miniso와 같은 생활용픔 유통 비즈니스 모델 역시 일본 에도시대(1603년~1868년)부터 존재했던 100 엔 동전 상점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 Daiso는 100 엔 상점을 현대화시킨 최초의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77년 설립, 2000년부터 한국, 캐나다, 미국, 호주, 홍콩 등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일본에서 출발한 Daiso는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성공을 거뒀다. Daiso 코리아는 2001년 한국에 진출, 서울 주요 지역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개설한 온라인 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6년 한 해, Daiso가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1.5조동(13억2000만 달러)였다. Daiso는 올해 매출액이 2조동(약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aiso는 한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약 3만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Daiso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이런 사실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한국 Daioso 관계자는 "일본보다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Daiso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명백하게 저렴하다"며 "소비자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일본이나 한국산과 같은 품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Daiso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