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장원부 장관(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의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지려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회의장을 들어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지난 9일 청와대는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사회수석을 임명했다. 각 부처 장관들 역시 새 경제팀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당장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을 약속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간담회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모두 15명의 기업인들이 모였다. 1년 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김동연 경제팀과 현재 홍남기 경제팀의 차이는 이날 간담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바로 '공수의 전환'이다. 정부의 3대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에 대한 여론이 그만큼 좋지 않은 탓이다. 

 모두발언에서도 기업인들은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하향세가 상당 기간 진행돼서 큰 물꼬를 되돌리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정부의 에너지·노동정책에 대한 대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최근 어려움에 처한 조선·자동차산업이 밀집한 울산과 부산, 경남 등 지역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이 살아야 다 같이 사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다만 현재 우리 경제가 이들 주장처럼 '호떡집에 불난 마냥 위급한 상황'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1개월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기업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기준 0.79%로 지난 10년 중 두번째(9월 기준)로 낮았다. 경기가 얼어붙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나 기업구조조정이 많았던 2012~2014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해를 제외하고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2기 경제팀은 오히려 긴호흡으로 한국 경제 체질개선에 집중해야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반도체 편중' 현상이다. 올해 한국 연간 수출액은 지난 10월 29일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최단기간 5000억달러를 돌파다. 그러나 올해 9월까지 전체 수출액의 24.6%를 반도체가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도체 비중은 17.1%에 그쳤다. 반면 반도체를 뺀 올해 9월까지 수출액은 오히려 1.8% 줄었다.

 13대 주력품목 중 섬유(-20.0%), 자동차(-22.4%), 무선통신기기(-33.1%), 가전(-35.8%), 철강(-43.7%), 선박(-55.5%) 등 10개 품목의 수출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기업인들이 먼저 나서 새로운 제조업 정책을 건의한 것도 그래서다. 성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용만 회장은 "산업정책이 중요하다"며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나 중국의 '제조 2025' 같은 산업발전 전략을 만들고, 함께 협업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질적 성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변화를 외면하는 기업은 얼마 못 가 문을 닫는다. 실제 그렇게 잘 나가던 핀란드 노키아도 스마트폰 출시 이후 2014년 MS사에 팔렸다. 정부 역할이 복잡한 것도 아니다. 변화하는 기업에 보조를 맞춰주면 된다. 예컨대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자동차기업이 인프라 걱정없이 새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문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각종 법조항이 오히려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기업가치는 약 33조원에 달한다. 호텔 하나 없어도 글로벌 호텔체인 힐튼(약 21조원)보다 높다. 하지만 한국에선 창업할 수 없다. 에어비앤비 뿐만이 아니다. 세계 유망 스타트업 100개 기업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70%는 규제에 막혀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접어야 한다. 

 성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애로에 대해서는 끝장을 본다는 자세로 충실한 써포터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네이버, 카카오를 만든 한국에서 제2, 3의 에어비앤비를 못 만들까. 문재인정부 집권 3년차엔 한국에서도 에어비앤비가 낯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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