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아파트 시장 분양률 2%대..사실상 전무

하노이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잉과 대출규제로 시련을 맞을 전망이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하노이 부동산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고급 아파트와 빌라를 구매하던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에서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해 부실 채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하노이에서는 최근 몇 년간 여러건의 대형 고급 아파트 건설 사업이 진행됐는데, 공사가 끝나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시행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과 6년 전 하노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당시 건설사들은 아파트 1㎡당 분양 가격을 1억동(약 500만원) 이상으로 책정했었다. 이에 따라 구매 가격은 고급 아파트 1채의 경우 130~270억동(6억5000~13억5000), 팬트하우스는 약 1000억동(50억원)이었다.

2년 전에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매매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파트 건설 공사가 90% 이상 진척됐지만 분양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가 현재 부지기수다.

지난 2년간 매매 수요가 줄어든 반면 고급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는 오히려 증가해 하노이 부동산 시장은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했다. 베트남 부동산연합회는 최근 최고급 아파트 공급량이 올해 2분기 말 115세대에서, 3분기 말 1322세대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에 비해 2분기에서 3분기로 넘어가는 기간동안 매매가 성사된 아파트는 90세대에 불과, 공급량의 2%밖에 소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사들은 올 연말까지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Thuy Khue(Tay Ho, 하노이) 프로젝트 시행사는 고급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판촉 활동을 벌였지만 많은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Le Van Luong 길(Thanh Xuan, 하노이) 프로젝트 시행사는 부동산 거래소들을 동원, 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베트남 부동산협회 응우 엔 반 딘(Nguyen Van Dinh) 사무총장은 "몇 년 전보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고, 많은 건설사들이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아파트 가격을 낮췄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 하노이에서는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기 업자들은 오를 대로 오른 하노이에 더이상 관심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낮은 지방을 신흥 시장으로 개발, 수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침체기를 맞고 있는 하노이 고급 부동산 시장은 베트남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19년 1월 1일부터 시중 은행이 장기 대출에 사용할 수 있는 단기 자본 비중을 기존 60%에서 40%로 낮추도록 조치했다. 현재 베트남 은행들의 단기 자본 비중은 평균 45%다.

부동산 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는 150%에서 200%로 높아진다. 부동산 투자 과열로 인해 은행에 부실 채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런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으로 인해 특히, 고급 아파트 건설사와 투자자에게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급 아파트 구매자들은 대부분 은행에서 장기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인 구엔 트리 히우(Nguyen Tri Hieu)는 "부동산 대출의 위험 가중치가 150%에서 200%로 증가하면, 은행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하고 은행 대출이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자와 투자자, 구매자 모두에게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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