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2000포인트선이 무너지며 10월 한때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코스피가 11월 들어서는 큰 폭의 반등세로 돌아서 극단적인 공포심리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일시적인 반등인지 혹은 안정을 되찾고 반등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의 여부일 것이다. 이와 관련 심화됐던 G2간의 갈등 관계가 화해 무드로 급전환한 것이 이번 반등을 이끈 주요 배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중간의 갈등 완화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11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간 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좋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점과 미국 내각에 무역협정 초안 마련을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사의 보도는 대단히 극적인 반전 모멘텀이다.

반면, 지난 주말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무역협정 초안 관련 보도를 부인하고 협상 타결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이번주 미국의 중간선거를 의식해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어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이처럼 최근 주식시장은 펀더멘탈 자체보다는 정치 이벤트에 의해 투자심리가 좌우되고 있고, 정치 이벤트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았다는 점에서 지난주의 발언이 중간선거 이후에도 뉘앙스 변화없이 이어질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최근 전화 대화를 통해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G2 정상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과 이달말 G2 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된 점마저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만일 중국이 미국에 대해 강경한 정책기조를 드러내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달말 G20 정상회담에서 오랜만에 G2 정상이 얼굴을 맞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 완화 계기 마련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는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증시가 지난 주말과 같은 급반등세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고, 일정부분 주가 조정을 통한 되돌림 가능성도 예상되지만, 일단 최악의 공포 국면은 통과했을 가능성이 기대된다. 지난 10월 국내증시에서 한 달간 약 4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사흘 연속 순매수로 돌아서고, 순매수 규모가 약 9000억원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번주에는 중국에서 수입박람회가 열리며 이때 시진핑 주석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중국이 개혁 및 개방 40주년을 맞는 국면에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연설에 나서는 만큼 중국의 타협안이 연설 내용에 담길지 등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간선거와 관련해 미국 선거예측 기관에서는 하원은 민주당의 탈환을, 상원은 공화당의 기존 과반의석 유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소수의견은 공화당 또는 민주당의 상.하원 승리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결과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선거 이후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노선이 타협점 도출에 우선 순위를 두게 될 것인지의 여부라고 관측된다. 대외 정치 이벤트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지는 말아야 하겠지만, 국내증시가 10월 급락으로 밸류 메리트가 커진 상황에서 몇 가지 희망적인 신호들이 등장한 점을 무시하지는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