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서 유세를 마치고 두 주먹을 쥔 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6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 성향과 투표율 등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지만, 선거 판세는 당초 예상대로 굳어진 분위기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4일(현지시간)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상원(전체 100석 중 35석 선출)은 공화당이 50석을 굳힌 채 민주당과 6석을 놓고 경합 중이라고 분석했다. 하원(435석 전체 선출)은 203석을 사실상 확보한 민주당이 36석을 두고 공화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봤다.

선거 결과 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상원과 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85%에 이른다고 관측했다.

공화당 손아귀에 있던 미국 의회가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로 양분되는 건 정치지형의 큰 변화지만, 전문가들은 '상원 공화당, 하원 민주당' 구도가 실제 몰고 올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예산안 등 주요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책 결정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상원에서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60표가 필요하다. 공화, 민주 어느 쪽도 나홀로 입법이 여의치 않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수 의석을 얻으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상원 문턱을 넘기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낮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상원에서 3분의 2(67표)의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미국 월가에서는 중간선거에 따른 정치적 변수보다 중간선거 이후의 시장 향방에 더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지난달 뉴욕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큰 홍역을 치른 뒤라 반등이 절실한데, 대체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일단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낙관론을 떠받친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경험법칙도 증시 반등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펀드스트랫에 따르면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지수는 1896년 이후 중간선거를 치른 이듬해 평균 14.3% 올랐다. 평년 상승률 8.4%를 크게 웃돌았다. 1946년 이후 18번의 중간선거를 치른 뒤 1년간 지수가 평균 17%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중간선거를 치른 해 저점 대비 1년 상승률은 평균 32%에 달했다. 트럼프가 내년에 맞는 대통령 집권 3년차의 증시 성적이 다른 해보다 월등하다는 분석도 강세론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다만 그간 시장의 최대 위협으로 꼽혀온 미·중 무역갈등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폭탄관세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이 통상법 301조 등에 기반한 대통령 권한에서 비롯된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보호무역정책은 나름 공화·민주 양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세를 불리면 인권 문제 등과 연계해 중국을 더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갈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중국에 요구해온 무역 및 경제 정책의 구조적인 변화가 정상간의 담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침해,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지원, 시장 개방 회피 등을 명분으로 대중 반무역 공세를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일련의 불공정 행위를 국가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2025'를 정조준했다. 중국제조2025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국 지도부의 핵심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시 주석과 "좋은 대화(전화통화)를 했다"며 대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튿날에는 "중국과 협상할 것"이라며 "(미·중 양국이 뭔가를 하기에 훨씬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에 회담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무역협상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두 정상이 일시적인 휴전 정도의 성과라도 내면 다행이라며, 뒤따라 본협상이 재개되면 또다시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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