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국내 유통가(街)의 거두(巨頭)이자 맞수로 꼽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 시장에서 격돌한다.

올해 초 신세계의 깜짝 발표로 시작된 대결은 신 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은 롯데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기세를 넘겨받았다. 이에 질세라 신세계가 다시 한번 투자 유치 확정으로 또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섰다. 승리의 여신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유통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31일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누어져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그룹 온라인 사업 통합 플랫폼인 쓱닷컴(SSG.COM)을 통해 쇼핑에서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하고, 선진 배송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로부터 1조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앞으로 온라인 신설 법인의 물류·배송인프라와 상품경쟁력, IT기술 향상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과감한 투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성장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와 유통산업발전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정체된 상황에서 온라인 시장이 지속해서 커지자 앞다퉈 투자에 나선 것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형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유통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대형마트업계 1위인 신세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과감한 투자가 불가피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하남에 아마존처럼 최첨단 IT기술을 집약한 통합 물류센터를 건립하고자 했으나 시작부터 어긋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남시는 지난 9월 19일 LH에 신세계 물류센터 건립을 반대한다며 계약 백지화를 요청한 상태다.

반면 롯데는 유통업계 최대 공룡답게 더 과감한 투자를 예고했다. 롯데는 온라인에 3조원을 투자하고 계열사별 운영 중인 8개 온라인몰을 통합하기로 했다. 오프라인 조직에서 온라인 조직을 분리해 통합한 'e커머스(commerce)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롯데는 오는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 업계 1위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의지도 확고하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롯데닷컴 합병을 시작으로 신성장 동력인 온라인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숫자로만 보면 롯데의 투자 규모와 매출 목표는 신세계그룹보다 2배가량 크다. 신세계그룹이 '강수'를 던지자 롯데가 '초강수'로 맞선 모양새다. 기존 전례를 봤을 때 차별화나 과감함 등에서는 신세계가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하는 유통업계 특성을 보면 더 많이 투자하고, 인프라가 넓은 롯데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격돌을 두고 두 유통사의 미래를 좌우할 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둘이 함께 웃을지, 한 쪽만 웃을지, 모두 웃지 못 할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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