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코스피의 올해 고점대비 하락률이 20%를 넘어서며 2010년 이후 역대 위기 상황 당시의 주가 하락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조정은 중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가 확산됐던 2015년의 주가 하락률 16% 수준을 넘어섰고,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2011년의 24% 하락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국내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밸류 관련 지표들도 주가지수 하락폭 확대로 인해 2010년 이후 주요 위기 국면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2010년 이전의 위기 발생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주가 흐름은 이보다 험악하다. 1997~1998년 신흥 아시아지역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 하락률은 70%를 넘어섰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에는 50% 이상 하락한 바 있다.

다만,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며, 한국의 GDP 성장률이 역성장으로 진입했던 시기였다. 즉, 경제가 역성장으로 진입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미 주식시장은 제반 악재들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고, 추가 하락은 과도한 조정 국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IMF와 OECD 등 국제 경제기구들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들은 올해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 중후반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아직 험악한 경기 침체보다는 경기 둔화를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국내증시의 추가적인 가격 조정폭 확대를 둘러싼 시장의 공포심리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머징 아시아증시에서는 펀더멘탈 취약국가들에 비해 올해 중국과 한국, 대만 등의 주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상황이다. 이는 G2 무역분쟁 관련 당사국인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과 한국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증시가 상대적으로 맥없이 밀리는 이유는 외국인 순매도 기조에 국내기관의 순매도 동참으로 수급 여건이 극히 취약해진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취약한 수급 여건은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던 문제들이 해결되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초래한 주요 원인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어 증시 안정과 반등의 계기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여름 이후 증시를 되돌아보면 8~9월에는 미국의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두고 G2 무역분쟁 완화 기대 및 미국 연준의 긴축강도 완화 등에 대한 기대심리가 미국 달러화 지수 반락과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정 완화로 이어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10월 들어서는 연준의 긴축강화 조짐, G2갈등 심화, 이탈리아 재정 문제, 중동 불안 등의 문제들이 불거지며 8~9월과 달라진 대외 여건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에 대한 우려와 군사 및 외교 다방면으로 갈등 수위를 높인 G2의 관계 악화가 시장의 기대와 괴리가 컸던데 주요 원인이 있고, 그 중심에는 트럼프노믹스의 영향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노선 변화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미국 중간선거 자체가 미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또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어 불확실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반면, 트럼프정부의 정책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가져온 파급 효과가 컸던 점에서 시장에서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일정부분 변화가 초래될가능성도 기대 중인 상황이다. 물론 선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중간선거 이벤트 이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노선 변화 여부일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문제 역시 트럼프대통령의 정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 노선 등의 트럼프노믹스를 강행 중이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는 미국 경제성장률 상승에 도움을 준 반면, 정책금리 인상 국면에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데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까지 인상해 인플레 압력 상승 등 전반적으로 정책금리 추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과 맞물린 시장금리 상승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지난 9월 FOMC 회의 당시 미국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에 세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2020년 한 차례 올린 후 인상을 중단하는 것으로 시장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 6월 FOMC 회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10월 초에 연준의장은 기준금리가 여전히 중립금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발언해 미국채 금리와 증시 변동성 확대 등 금융시장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에 대해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연준은 경기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무역분쟁 경계론을 제기하는 등 서로 네 탓 공방 중인 모습이다.

대규모 감세와 재정부양을 위한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가 국고채 가격하락(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립금리 추정의 불확실성을 초래한 기본 원인은 트럼프 정부가 제공하고, 이번 연준의장의 발언 여파는 금융시장과 의사소통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후유증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무역분쟁 문제와 관련해서는 11월 말 G20 정상회담 기간에 미-중 정상이 만나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심리는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11월 초 중간선거 정치이벤트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중국과 갈등 수위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빠른 경기 냉각을 우려하는 중국은 이전보다는 적극적으로 미국과 갈등 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11월 말 G2 정상회담의 성과물에 대한 결과 확인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의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5% 수준으로 하락해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의 6.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평가되고 있으며, 무역 마찰이 심화될 경우 향후 추가적인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 특색의 통제된 사회주의가 중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통상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정치·사회 안정의 주요 기반임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는 단기간내 급격한 성장률 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여건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중국은 빠른 경제 냉각과 물가고가 심화된 1989년 당시 천안문 사태가 발생했던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

G2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천수답 한국증시 입장에서는 미국 중간선거 또는 G2 정상회담 이후 증시 반등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국내증시의 밸류관련 지표들이 과거 위기 국면 수준에 근접해 있어 계기가 주어지면 시장의 민감도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11월의 G2관련 이벤트들과 초래되는 상항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