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아들(왼쪽)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사우디 외교부)

사우디아라비아의 저명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자국 총영사관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 카슈끄지 살해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사우디의 특수 부대가 총영사관에 들어서는 모습, 살해 후 총영사관을 나서는 모습 등이 모두 카메라에 담겼다.

단순한 실종 사건으로 정도로 묻힐 뻔하던 카슈끄지 피살은 터키 정부가 계획 살인 정황이 담긴 자료를 세계에 퍼뜨리면서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됐다. 처음에 사건 개입을 부정하던 사우디 정부도 결국 카슈끄지 사망을 인정했다.

카슈끄지 살해를 배후에서 조종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사우디의 실세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에 물든 나라의 개혁을 이끌며 사우디를 IT(정보기술)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서 원유를 팔아 번 막대한 자금을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만든 10조엔 규모의 비전펀드에도 사우디가 4조엔 가까이를 투자했다. 또한 기업공개(IPO) 후 기업가치가 13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실리콘밸리에 거액을 투자하는 동시에 사우디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해 공개한 미래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총 공사비만 5000억달러(5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모래 밖에 없던 사막 지역에 크기가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초대형 신도시가 생기게 된다. '사막의 다보스'라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회의도 빈 살만의 작품이다.

젊은 개혁가 이미지로 국제사회에서 승승장구하던 왕세자는 단 한번의 실수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빈 살만의 야망은 카슈끄지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시체를 토막 내 처리하는 잔인한 살해 방법 등이 국제 사회에 공포를 줬다.

이번 사건을 구체적으로 알린 배경에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이 있다. 터키 정보당국이 사우디 총영사관 주변과 내부에 몰래 설치한 카메라와 녹음기가 IoT 기술로 자칫 영원히 감춰질 뻔 했던 진실을 드러낸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최대 투자자이자 IT 기술로 자국 개혁을 시도한 왕세자가 IT 기술로 어려운 국면에 빠졌다는 것이 참 얄궂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