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어닝쇼크'...부품업체는 도산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파리 현지 숙소 앞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2889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저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숫자를 크게 밑돈다. 영업이익를 지난해 3분기 5%에서 1.2%로 급락했다. 매출액은 24조4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소폭 늘었지만, 이는 자동차가 잘 팔려서 늘어난 게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고, 금융과 기타 부문 매출이 성장한 덕분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몸살이 났다. 자동차 부품산업 업계에 따르면 상장 자동차 부품업체 70곳 중 18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5개사는 반기 매출 3000억원이 넘는 중견 부품업체다. 2년 연속 상반기 적자인 기업도 5곳이나 된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0개 자동차 부품업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0년 5.06%에서 지난해 2.92%로 거의 반토막 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현재 '미래차'의 모습을 두고 격론을 벌이는 중이다. 전기차냐 수소차냐 어떤 동력(動力)이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우리 현대자동차는 일찍 미래차의 동력을 '수소'라고 판단하고 적지 않은 연구개발(R&D)비용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판단이 옳은 것인지 확신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무게추는 전기차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실제 전기차는 이미 2017년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 2020년 한번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가 본격 출시하게 된다면 이런 추세는 보다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전기차 판매대수가 390만대(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 2030년 2100만대(13%)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2030년 전기차 3000만대 시대를 전망했다.

 만약 이들의 전망대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된다면, 자동차 산업은 뿌리에서부터 큰 변화가 발생한다. 현재 자동차 한 대를 생산 시 3만여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철강으로 치면 선철(실린더블록 등 엔진부품)·보통강(차체, 프레임)·특수강(기어류, 액슬, 크랭크샤프트)가 필요하다. 스프링, 베어링, 합성수지, 타이어에 유리, 고무, 내장재에 필요한 섬유, 종이 등등 모두 나열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전기차는 현재 생산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부품 구성이 다르다. 내연차는 엔진에서 연료를 태워 만들어낸 힘으로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으로 움직이지만, 전기차는 전기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힘을 모터가 각 바퀴에 배분한다. 각종 오일류가 불필요하고, 열이 발생하지 않아 냉각수도 필요없다. 타이어 역시 소음과 마모방지를 위해 '전기차용'을 써야 한다. 가벼워야 해 차체도 복합플라스틱이 적합하다.

 만약 현대차의 판단대로 수소차가 미래자동차로 인정을 받고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면 현대차 아래 부품업체들도 그 타이밍에 맞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의 타이밍을 놓쳐 '글로벌 스탠다드'가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로 굳어진다면 이들은 부품업체들은 동반 침몰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가 지금이라도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안타까운 건 현대차의 판단에 따라 미래 자동차의 동력을 '수소'라고 인정하고 나가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의 넥소를 시승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찰버스를 수소차로 교체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2022년까지 수소차 3000대를 보급하겠다고 보조를 맞췄다. 정부는 현재 5곳인 수소충전소를 내년 30곳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이 와중에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배터리 연구 기금으로 2억 유로(약 2600억원)을 할당했다. 영국은 '패러데이 챌린지'란 프로젝트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기술 연구개발(R&D)에 4년간 2억4600만 파운드(약 3600억)을 지원하고 있다. 정답이 수소차인지 전기차인지 누구도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앞서 MS의 운영체계 윈도우가 보안체계에서 우월한 리눅스나 맥OS를 누르고 시장을 지배한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르겠다면, 주변에 한번 물어보기라도 해야하지 않겠나. "차를 바꾼다면, 어떤 차를 사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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