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대상인데도 파견법 따라 2년 계약만료 되면 퇴사
규모 작아 노조에서도 외면

“정규직 전환 협의 대상이기는 한데 마냥 놀 수는 없어서 6개월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죠. 언제쯤 정규직이 될지 궁금하지만 어디 호소할 때도 없고, 그냥 시간만 보내요”

나주 소재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사무보조 파견직근로자 A씨는 지난 5월 파견기간이 끝나 회사를 떠난 후 지금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엔 주변에서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 돼서 좋겠다고 했지만, 노사전문가협의회 논의가 길어지면서 지금은 아예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처럼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확정됐지만, 1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진전이 없어 정규직 전환 대상 파견 근로자들이 당장 일자리를 잃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이 산업부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파견직 근로자는 2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상시 업무를 담당해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정규직 전환이 늦어지면서 상당수는 파견기간이 종료돼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근로자는 파견계약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지시를 받아 근로하는 근로자로, 사무보조(비서), 운전원, 전산보조원, 조리사, 번역가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직 근로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관별로 현재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용역도급은 2년이 지나도 기간연장이 되는 것과 달리 파견직은 파견법에 따라 정부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2년이 지나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 기준 시점이 2017년 7월 20일이니 작년 8월에 회사를 떠난 근로자의 경우 1년 3개월째 회사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회사에서는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거나 공개 채용시 가점을 주겠다고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회사 입장에서도 고민은 많다. 고용의 질을 높이려면 정규직 전환을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사무보조 파견직의 경우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종으로 분류된 데다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청년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 이 모든 것이 노사협의 사안이다 보니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파견직 근로자는 용역도급과 달리 대부분 파견업체의 정규직 직원이 아니어서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에서도 이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보니 마땅히 호소할 곳도 없다.

회사를 떠난 파견직 직원은 생활고에 시달려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정규직 대상자를 한시라도 빨리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삼화 의원은 “파견직 근로자는 정규직 대상인데도 파견법에 따라 2년 계약이 만료되면 퇴사해야 해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원칙 없이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런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