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공단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대여를 중단했습니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가 공매도로 이어져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진 데 따른 것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도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주가가 올라야 수익률이 제고되는 국민연금이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내는 공매도 세력의 돈줄을 자처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주식 대차를 폐지하라는 글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이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에 반대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나서서 주식 대여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다며 국민연금을 압박했습니다. 

거센 여론과 국회의 압력에 밀린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2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내부 토론을 거쳐 지난 22일부터 국내 주식 대여 신규 거래를 중단했고 기존에 대여된 주식은 연말까지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는 여타 기관들과 다른 위치를 고려할 때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잘못됐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공매도 자체가 해악은 아닙니다. 공매도를 하는 투자자나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주식을 빌려주는 주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매도의 문제의 본질은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와 여건입니다. 개인이 외국인과 같은 힘으로 겨룰 수 없으니 공매도를 매개로 만나면 개인은 언제나 패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반감을 갖고 불만을 쏟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론이 그렇다고 잘잘못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국민연금을 몰아붙이는 것은 국회가 할 일이 아닙니다. 아니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국민연금이 주식 대여를 중단해도 공매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규모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주식 대여와 공매도 규모가 같다고 가정해도 아무리 많아야 전체의 1%도 안 되는 공매도만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공매도에 주는 영향은 없지만 국민연금은 주식 대여로 올리던 수익이 사라집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무기를 하나 잃어버리는 셈입니다.

작은 무기 하나를 앗아갈 수 있다고 쳐도 불필요한 곳에 힘을 쏟느라 정작 집중해야 할 일을 못 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1년 넘게 공석이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채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면서 기금 운용수익률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지금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만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회는 국민의 삶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곳입니다. 눈앞의 여론만 살피고 거기에만 매달려 국민의 삶을 해치는 결과를 만들어내서는 곤란합니다.

아울러 국민을 대표해 국민연금을 질타하고 윽박지르려면 국민연금이 그들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핵심과 본질을 벗어난 일로 국민연금을 압박하는 것은 발목을 붙잡고 빨리 뛰라고 다그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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