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8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 오른쪽)이 공단 본부에서 안효준 신임 기금이사에게 임명장을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랜 기간 공석이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장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8일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을 새로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임명했습니다. 

국민연금 CIO 선임은 강면욱 전 CIO가 지난해 7월 돌연 사퇴한 뒤 15개월이 걸렸습니다. 국민연금은 강 전 CIO 사퇴 7개월 뒤인 올해 2월 공모를 진행했지만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의 최종 후보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CIO를 선임하지 않았고 7월 재공모를 했습니다. 그 사이 청와대 개입설, 내정설 등의 잡음이 적지 않았습니다. 

8월21일에는 재공모 지원자 중 11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하고 최종 후보 5명을 추렸습니다. 그리고 안 CIO가 선임될 때까지 한 달 반가량의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예상보다 한 달 정도의 지연된 것입니다. 

지원자들의 이름이 알려졌을 때 안 CIO는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혔습니다. 특히 최종 후보군이 추려진 뒤에는 안 CIO 외에 적임자가 없다는 데에도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어 조속한 CIO 선임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안 CIO가 임명장을 받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안 CIO 선임이 지연된 데는 욕설 논란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민연금이 안 CIO를 적임자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앞선 공모에서 잡음이 있었던 만큼 논란이 커진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하기는 부담스러워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내정됐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측이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안효준 카드'를 접고 차선책을 택하려고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약점이 큰 두 사람의 내정설을 통해 안 CIO의 능력을 부각시켜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란 인식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지금은 확인할 수 없는 추정일 뿐입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안 CIO가 현재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돌파할 수 있는 인물이란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자산 배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해외투자도 늘려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아울러 조직 추스르기도 서둘러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주식운용실장과 대체투자실장 등 중요 보직이 수개월째 공석이고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뒤 인력 이탈도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안 CIO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외투자 전문가인 데다 국민연금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 조직을 잘 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안 CIO의 글로벌 투자역량과 국민연금 기금운용 경험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사실을 시사했습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CIO는 매우 중요한 자리고 그만큼 선임과정도 쉽게 다뤄질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안 CIO가 그 과정에 대한 세간의 해석이나 추측을 의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 지금은 그렇습니다.

대신 본인에게 주어진 막중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집중해 그 결과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안 CIO는 본인이 원치 않은 논란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먼 길을 돌아 국민연금 기금운용 책임자가 됐습니다. 그동안 돌아온 길은 뒤로하고 앞으로는 국민의 노후자산 증식이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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