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침체 장기화"…"한국 경제, 구조조정 나서야 할 때"

정부가 경기에 대한 낙관론을 거둬들였다.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절벽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국내외 경기의 흐름을 분석해 발표하는 경제 동향 관련 보고서인 그린북에 '회복세'라는 단어를 뺐다. 

사실 정부는 어지간해선 경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국면에 대한 전환은 아니다. 매월 경제 지표가 변동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회복세를 삭제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눈물겨운 '사족'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는 정부의 눈물겨운 부연이 짜증스럽기만 한 상황이다. 실제 충남의 자동차부품업체 A사 대표는 "내수부진 탓에 3분기까지 수주량이 전년대비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광주의 철강업체 B사의 임원은 "내년도 수요 예측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일선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를 보면, 3분기보다 12포인트(p) 하락한 75로 집계됐다. BSI는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이하면 그 반대다.

이러다보니 국내기업 3곳 중 2곳은 올해 실적 목표치를 채울 수 없다고 봤다. 연초 세운 영업이익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고 답한 기업이 62%에 달했고, 이들의 약 80%가량이 역설적이게도 '내수시장 둔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것 같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미래가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들의 72.5%는 최근 우리 경제가 '중장기 하향세에 있다'고 판단했다. 일시적 경기부진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20.9%에 그쳤고, 회복세 지속 혹은 전환기라고 판단하는 기업은 6.6%에 불과했다. 경기장의 선수들이 패색이 짙다고 보는 셈이다.

이들이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반에 가까운 44.1%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주력산업 침체 장기화'를 언급했다. 그간 '대한민국호'를 견인해온 조선·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간 한국의 굴뚝 역할을 해왔던 지방도시들은 빠른 속도로 '폐향(閉鄕)'이 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부산의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91이었다.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확산하던 2011년 4분기 이후 28분기째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조선업 구조조정 등 여파로 울산 지역 1인당 근로소득이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2년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M이 철수한 군산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업의 자유로운 사업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구조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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