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장의 관망세 지속될 듯

서울·수도권의 주택 매매시장 상승세가 한풀 꺾인 채 거래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2주택 이상자에 대한 규제지역 내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앞세운 지난 9·13 집값 안정대책이 힘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고 일부 재건축 단지는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빠진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인상 변수까지 남아 있어 당분간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를 중과하고,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묶었다. 대책 발표 이후 신규로 구입하는 주택을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할 경우 기존에 제공하던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제외 등 세제 혜택도 없앴다.

뒤이어 발표한 9·21 공급대책에서는 3기 신도시 건설을 비롯해 수도권 요지에 30만 가구의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

10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일(조사시점 기준) 0.47%까지 커졌던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대책 발표가 예고된 지난달 10일 조사에서 0.45%로 집계됐다. 대책 발표 직후인 17일 0.26%로 줄어든 뒤 24일 0.10%, 이달 1일 0.09%로 오름폭이 둔화했다.

한 용산구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는데 집주인들도 매도 호가를 낮추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거래를 한 건도 못했다"면서 "매도·매수자들의 눈치보기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중개업소 대표도 "신규 대출이 거의 막히다 보니 웬만큼 자기자본이 많지 않은 이상 매매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며 "임대사업자 대출까지 막히면서 대책 발표 후 지금까지 매매가 전무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간혹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강남구 대치 은마,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대표적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는 고점 대비 5000만∼2억원 빠진 매물이 나와 있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책 발표 직후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가 최고가 대비 1억원가량 떨어진 17억5000만원에 팔린 뒤로는 아직 거래가 없다"며 "1층은 이보다 싼 17억1000만원에도 급매물이 나오는데 매수 대기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북지역도 거래가 급감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경우 시세보다 7000만원 낮은 14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이 다른 곳에 새 아파트 분양을 받아서 급매물로 내놓은 것인데 기존 매수 대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매수를 권유해도 안 산다고 한다"며 "최고 1억원 이상은 떨어지길 기대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도 매수세가 움츠러들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 말 청약조정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에다 9·13 대책까지 겹치며 매수세가 확연히 줄었다. 분당은 거래가 위축되면서 지난주 아파트값이 0.03% 하락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3기 신도시 건설'의 심리적 영향까지 받으면서 서울보다 분위기가 더 냉각되는 모습이다.

일산 주엽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산은 청약조정지역 지정 이후 집값이 계속해서 약세인데 살 사람은 없다"며 "집값은 계속 하락하고 거래도 안되는데 규제를 풀기는커녕 앞으로 3시 신도시까지 짓는다고 하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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