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지속된 사회갈등...대한상의 3단계 프로세스 제안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30년 동안 지속돼왔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한 노사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의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만들어진 1988년 이래로 최저임금이 총 32회 인상되는 동안 노사간 합의를 통해 임금이 결정된 것은 7차례에 불과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재적위원의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최저임금을 의결한다. 하지만 표결로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한 25회 중 17회는 노·사 한쪽이 불참했다. 합의 없이 결정된 최저임금은 갈등을 만들고 있다.

노사간 충분한 합의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관행이 고착화된 탓이 크다. 실제 현행법상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그러나 실제 본격적인 심의는 결정시한에 임박한 1~2주에 불과하다. 심의 역시 노사간 상호이해를 통한 조정보단 단순 임금교섭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노사 대표의 입장차도 극과 극이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협의과정에서 근로자대표가 제시한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40%다. 반면, 사용자대표가 제시한 인상률은 동결 수준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양측이 제시한 수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상호간 신뢰나 성실한 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사실상 공익위원이 이끌어간다. 노사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의 의견이 맞서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결정권은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의 최종인상률이 결정돼 온 셈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그간 최저임금 심의는 참여자 모두 명분에 집착해 합의도출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여 왔고, 인상률도 결정을 먼저 내린 후 근거를 짜맞추는 식"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새로운 최저임금 결정방법은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산식에 따라 최저임금의 인상구간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사가 협의를 진행하며, 정부는 노사 협의를 존중해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의 예측 가능성 향상과 노사간 성실한 협의를 위해 별도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적정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미리 산정해 제시한다. 전문가의 임의적 판단 여지를 줄이도록 프랑스나 독일처럼 산식을 법률에 명문화한다.

이어 '근로자대표-사용자대표' 중심으로 협의기구를 구성한다. 실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의하면 최저임금 결정시 사회적 파트너간 '충분한 협의와 참여'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문가그룹에서 제시한 범위 내에서 노사가 협의를 진행한다. 다만 전문가는 자문과 조정 역할에 한정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최종 결정단계에서는 노사 합의안을 최대한 존중하되, 합의안이 없을 경우 객관적인 데이터와 노사 의견을 참조해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의견이 맞서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의 결정을 노동부가 그대로 고시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매년 실패를 거듭한 이유를 떠올려보면 상의의 이번 제안은 30년간 매년 반복된 '최저임금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넘어설 새로운 최저임금 결정구조 방식이 제안할 수 없고 노동계의 특별한 반대가 없다면,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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