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형제의 난' 이어 탈세혐의까지…"오너가 주가 하락 주범"

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아들 조현준 회장

분식회계와 '형제의 난'에 시달리던 효성그룹이 분할 후 몸값이 더 떨어지고 있다. 저평가받던 사업들이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너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앞서 효성은 지난 6월 1일 자로 지주회사가 됐다. 효성홀딩스와 4개의 사업회사 효성티앤씨(섬유)·효성첨단소재(화학)·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효성화학(화학)로 분할해 지난 7월 재상장했다. 

효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조현준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강화로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각 독립법인의 지분율로 유지되는 것은 물론 의결권이 없는 효성의 자사주 5.26%까지 분할 과정을 거치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변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조현준 회장(14.59%)과 동생 조현상 사장(12.21%) 등 오너 일가의 효성 지분율은 38.34%에 불과했지만, 자사주까지 더하면 40%를 훌쩍 넘어선다. 더욱이 현행법상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율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결국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아울러 회사가 분할하면서 기업가치가 더 뛸 것으로 기대했다. 효성이 다각화된 사업구조에 따른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효성도 분할 목적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른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 확보와 함께 사업회사들이 전문성을 갖춤으로써 적합한 가치 평가를 받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효성그룹의 시총은 분할 전 마지막 날인 5월 30일보다 1조5000억원 이상 시총이 증발했다.

5월 30일 효성그룹의 시총은 4조7057억원이었지만, 이달 28일에는 효성(6615억원)과 효성티앤씨(8049억원)·효성첨단소재(6339억원)·효성중공업(5539억원)·효성화학(4881억원)을 모두 합쳐봐야 3조1423억원에 불과하다. 1조500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재상장 이후 유상증자 실시 계획 등을 고려하더라도 예상보다 큰 하락이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들기도 했다. 효성은 소재기업이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오너리스크라는 평이다. 조석래 전 효성 회장과 조현준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조 회장은 200억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또 다른 1심 재판도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너리스크가 해소돼야 주가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해서 오너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가 반등은 어렵다는 것.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효성은 2014년에 형제의 난에 이어 분식회계 과징금을 내는 등 오너 이슈가 큰 회사"라며 "갑질 등 오너에 대한 사회적 기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추천하지 않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다"며 "한번 무너진 평판은 회복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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