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다주택 돈줄 죄고 대출 우회로 차단

다음 달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Debt Service Ratio)이 관리지표로 도입되면 가계부채를 잡으려는 '대출규제 3종 세트'가 진용을 완비한다.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을 강화한 신(新) DTI가 도입되고, 지난 14일부터 집값 급등 지역의 고가·다주택자를 겨냥해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을 0%로 낮춘 데 이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31일 주로 다주택자 대출을 겨냥한 신 DTI를 시행했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따질 때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하던 것에 더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부채로 잡는 것이다.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는 아무리 길어도 15년까지만 계산한다. 대출 기한을 늘려 DTI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이같은 신 DTI가 시행된 지 약 8개월 만에 '9·13 대책'의 일환으로 LTV 강화가 전격 시행됐다. 신 DTI가 다주택자를 겨냥했다면, 이번 LTV 강화는 특정 지역·계층으로 과녁을 더 좁혔다.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이 두 채 이상이면 LTV 0%, 집이 한 채라도 이사 등의 사유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LTV 0%, 공시가격 9억원 넘는 집을 실거주가 아닌 용도로 사면 역시 LTV 0%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어 한 달 만에 DSR 규제가 강제성을 띤 관리지표로 도입된다.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더해 소득으로 나눈 DSR는 신 DTI보다 부채 인식 범위가 한층 넓다.

신용대출 원리금이나 전세보증금대출 이자까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합쳐 심사하는 만큼, LTV·DTI 규제를 우회하는 길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DSR가 70∼80% 등 일정 비율을 넘는 경우 위험성이 큰 고(高) DSR 대출로 분류하고, 이런 대출이 전체 대출의 일정 비중을 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9·13 대책으로 전세대출에 소득 제한이 걸린 데다 신용대출마저 빡빡해져 "집값 상승을 노리고 돈을 여기저기서 마구 빌려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상했다.

DSR에 이어 발표될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terest) 강화 방안도 부동산으로 흐르는 돈줄을 차단하는 목적이다. RTI는 부동산 임대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에 1.25배, 주택이 아니면 1.5배로 차등 적용하던 것을 일괄 상향하거나, 기준 미달인 경우에 적용되는 예외승인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특히 이 같은 대출규제 강화가 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비록 동결 행진이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달아 오르고 시장금리가 뛰면서 무리하게 빚을 낸 대출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대출규제가 대폭 강화된 상황에서 올해 말 세법 개정안 통과로 보유세가 늘면 이를 버티지 못한 매물부터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집값 상승을 노린 투기심리를 억누르기에는 월 수십만∼수백만원의 이자·조세부담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대출규제의 경우 '사후 약방문' 성격이 짙다. 이미 집값은 뛸 대로 뛰고, 대출은 늘어날 대로 늘어난 마당에 신규대출을 억제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그동안 부동산 금융규제는 주택시장을 뒤쫓아 왔다. 시장이 과열된 지역을 중심으로 사후적으로 금융 이용을 제한하는 접근방식을 취해왔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려면 기존 대출분에도 차츰 부담을 가하는 방식이라야 가능할 것"이라며 "신규대출만 억누르면 부동산 투자로 돈 벌 사람은 다 벌어놓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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