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예고하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가 커지게 됐지만, 면세점업체들은 늘어날 임대료 부담과 '제살깎기식'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모두 발언에서 "추석 이후 입국장 면세점 도입 등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의는 지난 정권에서도 꾸준히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를 통해 해외에 나갈 때 물건을 구매하거나 인도받은 뒤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일본과 올해 중국이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는 등 입국장 면세점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맞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일자리 창출과 여행·서비스부문 업황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공항공사가 확보한 입국장 면세점 면적은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1층 수하물 수취지역 3개 구역 약 706㎡(약 200평)에 불과하다.

인천공항공사는 확보한 입국장 면세점 규모가 작다 보니 입국장 혼란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판매품목을 제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화장품, 담배 등 구매절차가 단순한 품목 위주로 판매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기존에도 해당 품목 중심으로 영업해 온 중소형 면세점이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낙찰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도 각 면세점 업체들은 무덤덤한 모습이다.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고, 현재의 만성 영업적자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현재 사업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삼익면세점의 경우 지난 4월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SM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액 913억원에 영업손실 276억원의 실적을 냈다.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삼익면세점은 매출액이 404억원, 영업손실은 161억원이다. 시티플러스는 1061억원으로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45억원의 적자를 봤다. 엔타스듀티프리만 매출액 643억원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소폭 흑자를 냈다. 이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계산을 거쳐 리스크가 큰 사업에 '도전'하는 상황이 된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와 화장품, 주류 등을 입국장 면세점 업체에 빼앗길 수 있어서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은 알고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계산이 쉽지 않다"면서 "도입에 앞서 임대료 문제나, 제살깎기식 경쟁이 되지 않도록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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