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부담에 투자자 외면…'월드베스트 2030' 속도 조절 조언도

CJ제일제당 본사

CJ제일제당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대한통운과 브라질 셀렉타(Selecta)사에 이어 미국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Schwan's Company) 인수까지 나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월드베스트 2030'을 위한 과감한 투자다. 앞서 CJ는 오는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룹의 큰형인 CJ제일제당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그룹 전체의 외형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연초 37만1500원이던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이달 12일 32만6500원으로 12.1%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9% 하락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부진한 성적이다.

투자자들이 돌아선 것은 M&A의 과도한 투자사 재무상황과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존사업 유지를 위한 경상적인 투자 자금 소요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M&A는 그룹의 재무상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재무상황 악화는 다시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한신평에 따르면 CJ그룹의 합산 순차입금은 2015년 말 6조6000억원에서 2016년 말 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는 8조9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순차입금 증가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CJ제일제당이 맡은 식품·생명 공학 부문과 신유통 부문이 각각 2462억원, 5402억원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도 식품·생명공학 부문과 신유통 부문의 순차입금 비중이 각각 55.2%, 24.2%에 달했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 제외한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4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더욱이 신종자본증권, 재무적 투자자와의 공동투자 관련 재무약정 등에는 일부 부채성격이 내재돼 있어 실질 재무부담은 좀 더 가중될 수 있다는 평이다.

인수 업체의 성과도 중요하다. 사업 확장에 따른 고정비 증가나 통합비용이 늘어나면 부담이 커진다. 실제 CJ제일제당의 브라질 셀렉타사는 인수 이후 통합작업과 유지·보수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M&A 전략에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M&A를 하는 것이 재무부담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호섭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CJ그룹의 안정적인 사업기반과 식품·신유통 사업의 낮은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경상적인 투자자금 소요는 감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M&A 등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대폭 확대할 경우 그룹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명시적 투자 규모 달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재무적 여력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 '선택과 집중'·'속도조절'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확대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과도한 M&A는 '승자의 저주'를 부를 수 있다"며 "월드베스트 2030 목표와 초격차 전략에는 동의하지만, 자금 상황을 따져가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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