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지구 조성 후보지 토지 매입 문의 빗발

정부가 신규 택지 조성을 통한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기 전부터 진퇴양난에 빠졌다. 앞서 한 국회의원이 후보지를 사전 공개하면서 후폭풍이 거센 탓이다. 명단에 포함된 후보지 부동산 시장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등 크게 들썩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8.27 부동산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14곳의 신규 공공택지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위해 수도권에 지정하기로 발표한 30곳과 별개로 추진, 총 24만 가구를 더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준비 중인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8곳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후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신규 택지개발 후보지 사전 유출 파문을 둘러싸고 정치권 내 공방이 가열되면서 신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직을 사퇴했다. 최초 유출자는 경기도청에 파견 중인 국토교통부 서기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질적인 문제는 정보가 새나가면서 택지지구 조성 후보지로 지목된 과천 선바위역 일대와 의왕 월곶판교선 청계역 일대, 안산 반월역 주변, 광명 소하동과 노온사동 일대 등에서 토지 매입 문의가 빗발치고 호가가 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과천 선바위역 인근 전답의 3.3㎡당 호가는 500만원이고 대로변과 가까운 경우 1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이미 땅값이 들썩이기 시작한 만큼 해당 지역을 택지지구로 지정할 경우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보상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광명시 소하동 A 공인 관계자는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에 광명시 노온사동 인근 논밭을 사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과천시 과천동 B 공인 관계자는 “신규 택지 후보지 공개 이후 하루 매입 문의 전화가 10통은 온다”며 “현재 호가에 (3.3㎡당) 50만원 가까이 더 얹어 사겠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유출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해당 지역이 신규 택지 후보지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체지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실효성을 얻으려면 서울까지 1시간 이내 출근이 가능한 서울 인접지여야 하는데, 이런 곳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규 택지지구 후보지가 유출되면서 국토부도 김이 빠진 건 사실”이라며 “사전 공개된 지역 가운데는 서울 강남과 연동해서 수요를 나름대로 분산할 수 있는 곳도 있어 정부가 곧 발표할 주택 공급 대책에 이들 지역을 넣기도, 아예 배제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이번에 사전에 공개된 8곳을 그대로 신규 택지지구로 조성하면 사전 정보 유출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토부 입장에서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서울 근교에 거주수요가 있고 직주근접이 되는 신규 택지지구가 많지 않아 일부 변화를 주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