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롯데그룹 전체가 비상이다. 주요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고 수년간 준비해 온 신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등 '원롯데' 마저 흔들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기지로 제공한 이후 발생한 중국 정부의 보복부터 신동빈 회장에 대한 무거운 형량 구형까지 끊임없이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는 지난 2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뇌물공여와 경영비리 건에 대해 각각 1심에서 구형한 형량을 합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14년을 구형받으면서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롯데그룹 전체가 신 회장의 부재로 경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올해 롯데는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 원 규모 M&A를 검토했지만 모두 결정을 못 내려 포기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롯데그룹은 2016년 6월부터 검찰의 면세점 로비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시작되면서 롯데의 대외사업이나 인수·합병(M&A)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당시 롯데그룹은 PVC와 염소, 가성소다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화학업체 액시올사 인수를 타진중이었으나 무산됐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시작한 롯데의 동남아 수출 전초기지 구축사업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사업'도 중단됐다. 이로 인해 롯데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은 1년 6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의 사업이 잇달아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또 롯데그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사업 역시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으로 뿌리째 뽑혔다. 롯데그룹의 중국 대형마트 사업은 이미 철수 했으며 일부 백화점도 매각을 추진하는 등 중국 사업을 전체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다. 베트남 제과업체, 베트남·인도네시아 유통기업, 미국·베트남 호텔 체인, 유럽 화학업체 등 롯데가 계획한 추진안들도 답보 상태다.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지주사 체제 전환도 제동이 걸렸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으며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편입 계열사를 확대하고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최종 의사결정자인 신 회장의 직접적인 판단이 없어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인수합병과 관련한 신동빈 회장의 탁월한 안목은 오늘날 롯데를 재계 5위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하지만 그의 부재로 수많은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도 전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통해 "저희 그룹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저에게 국가 경제를 위해, 롯데그룹을 위해 다시 한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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