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은 29일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대결을 치른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며칠 동안 내린 비에도 이른 아침부터 베트남 하노이는 들썩이고 있다. 오늘은 한국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한국과 결승 진출을 둔 결전을 치르는 날이다. 비장하기보다는 그냥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다.

베트남 남자 축구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이 확정된 지난 27일 밤 베트남 전역은 축제의 물결에 휩싸였다. 설마 설마 했던 분위기가 이제는 ‘할 수 있다’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면서 4강을 앞둔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축제의 장이 펼쳐질 느낌이다. 정오가 넘어가는 시간이지만 벌써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응원 이야기에 꽃을 피우고 있다.

현지 방송사들도 한국경기와 관련해 분석과 예상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보도는 상승세의 베트남이 운이 따르면 승리할 것이란 내용이다.

베트남이 한국에 비해 객관적으로 전력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데다 최근 상승곡선의 분위기가 한몫할 것이란 평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응원을 위해 조기퇴근을 시켜주는 상황. 하노이 미딩 경기장에서 회사에서 단체로 점심 식사를 겸한 사전 응원에 나선 모습도 눈에 띈다.

일부 회사들은 단체로 응원석을 마련해 식사를 겸한 사전응원을 시작했다.[사진출처:미디어써클]

박항서 감독은 이제 히딩크 감독을 넘어섰다. 애초에 베트남 사람들은 히딩크 감독을 몰랐다. 한국에서 박항서 감독을 히딩크 감독과 비교했을 뿐이다. 그냥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다. 

호암끼엠 여행자 거리는 이른 아침부터 거리응원 준비에 분주하다. 무엇보다 박항서 감독의 축구팀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자심감을 심어줬다.

베트남 국민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사랑한다. 축구에 대한 열기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하지만 동남아 최약체였다. 박항서 감독이 처음 부임했을 때도 비슷했다. 선수들은 자신감이 없었다. 특히 체력이 약하다고 스스로 말했다.

부임 몇 개월 만에 박 감독은 이러한 베트남 축구를 싹 바꿨다. 체격과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전술과 투지의 문제였다. 결국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베트남 축구도 탄력을 받았다.

이는 오랜 기간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방되면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베트남의 처지와 비슷하다. 많은 외자들이 물 밀리듯이 밀려오면서 발전하고 있지만, 거대 자본들과 힘겨운 경쟁으로 떨어진 자신감을 베트남 사람들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응원을 준비 중인 늉 씨는 “축구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하나의 생활이자 문화에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축구팀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박항서 감독은 시리아 대표팀을 이긴 후 탈의실에서 “한국팀과 붙어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고 이는 성공이다”라며 ”우리가 멈추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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