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앞두고 선물세트용 물량 확보에 나선 유통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폭염과 태풍으로 각종 농작물과 과일류의 피해가 커지면서 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가격에 맞춰 상품 구성부터 포장까지 계획을 바꾸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4%p 오른 104.83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p 상승한 수치다. 2014년 9월 105.1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21개월 연속 오름세이기도 하다. 한파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던 지난 2월 이후로는 최대폭 상승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린 건 극심한 폭염이었다. 농림수산품이 4.3%나 올랐다. 이중 농산물 가격의 상승 폭은 7.9%다. 시금치가 한 달 새 130.4%, 배추는 90.2%, 무는 60.6%나 급등했다. 축산물 역시 3.5%나 오르며 상승세에 기여했다.

한은 관계자는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품질 저하로 상품으로 출하될 수 있는 수량이 적어지면서 값이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추석 과일 선물세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과와 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4월 초 꽃이 피는 시기에는 냉해를 입었고 7월부터는 폭염과 가뭄으로 생산량과 품질이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수확량이 전년 대비 14% 감소한 46만7000톤 수준일 것으로 봤다.

예년보다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서 유통업체들은 울상이다. 특히 백화점과 마트 등은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바이어를 통해 산지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폭염 피해가 적은 고지대 지역 상품 수급에 초점 맞추고 있다. 저가형 상품의 경우 마진을 최소화하고서라도 지난해와 같은 가격에 같은 구성 제품을 준비하는 등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태풍이 피해 범위가 예상보다 좁아 다행이었다"면서도 "피해를 집계해봐야 아는 만큼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과일류 작황이 좋지 못하다"며 "불가피하게 일부 과일 선물세트 가격을 5~15%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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