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글로벌 증시의 주요 특징은 미국 달러화 자산의 강세 및 미국 이외 지역과 비 달러화 자산의 약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시장의 디커플링 현상과 신흥국 통화 가치 약세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은 우선 G2간 무역분쟁 격화로 이머징 경기 둔화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이같은 상황에 미국과 터키 및 러시아간의 갈등이 맞물리며 이머징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추가되고 있다. 미국 중심의 경기 호황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싸이클도 달러와 비달러 자산 가격간의 차이를 확대시키고 있다.

미국과 터키간 갈등의 도화선이 된 표면적인 이유는 터키 법원이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 무장조직을 지원하는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억류 중인 미국인 목사의 석방을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냉전시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소련을 견제하며 미국과는 전통적으로 우방이었다. 하지만 2016년 쿠테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현 터키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국수주의자들과 연대해 서방국가에 반하는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 척결의 기치를 세운 미국이 지원해 온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 터키가 군사 행동을 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현 터키 정부는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족이 터키의 분리운동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대해 추가적인 대응조치를 경고하고 있어 양국간의 갈등은 빠른 시일 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강화되고 있다. 2016년 미국의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듯하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역시 단기간에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온통 악재로만 둘러싸인 듯한 금융시장에 그동안 중단됐던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협상이 이번주에 재개된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 상무부의 차관급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의 초청으로 미국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과 무역협상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G2간 무역협상의 담당자가 차관급이라 한 번에 실질적인 결론과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양국의 G1 헤게모니 경쟁 등 정치적 입장 등을 고려하면 다시 협상이 결렬될 경우 금융시장에 더욱 큰 실망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면, 이번 무역협상 재개 소식이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 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전해지고 있어 중국 내부의 의견 조율이 이루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은 일정부분 중국의 양보 카드가 포함될 가능성과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국 협상단이 11월 열리는 다자회담 행사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무역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짤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11월에 동아시아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등이 열릴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 이전에 무역협상의 성과를 원할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시각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무역협상의 결론이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무역 협상의 재개를 통해 상황 변화를 기대해 볼 만한 여지가 생겼다는 점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터키 문제는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당분간 이머징마켓의 투자심리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일부 취약 신흥국으로의 리스크 전염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터키는 펀더멘탈 측면에서 이미 신흥국 내 취약국으로 분류돼 왔던 국가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ㄴ다.

특히 올 하반기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시장의 디커플링 주요 배경이 G2간 무역분쟁 격화에서 기인했고, 터키와 러시아 문제는 이에 추가된 악재로 평가되고 있다. 메인 게임이 G2의 무역분쟁 완화 여부라는 점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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