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가 마비됐다.

기업들의 중간 성적표(반기보고서)가 발표되는 날인 탓에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접속이 몰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너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은 직장인이 있다"는 뉴스에 그 실체를 확인하고자 했던 이들의 접속이 폭주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부턴 '임원'이 아니더라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직원이라면 반기보고서에 그 명단을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H증권의 김 모 차장은 올 상반기 22억2998만원의 보수를 받아 직장인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재직 중인 증권사의 오너인 부회장(13억1135만원)이나 대표이사(20억2754만6000원), 부사장(21억2209만1000원)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았다.

다만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는 김 모 차장의 상반기 보수에 대해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했다. "분명히 고객 돈을 가지고 돈 잔치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직장인들의 희망이 되지 않겠느냐'는 반문에 대해 "그럼 회사에선 보수를 아낄 수 있는 빌미로 사용할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런 '핑퐁'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가 그 보수를 받기 위해 지옥에서 살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며 "그래도 돈은 많이 받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실제 쥐는 돈은 알려진 금액의 절반 수준"이라는 말이 나왔다. 5억원 이상 개인 고액소득자에 대한 과세표준이 42%에 달하는데다 주민세가 소득세의 10%이니 결국 4.2%가 붙어 총 세율은 46.2%에 달하고, 건강보험료율 3%까지 추가하면 결국 11억원 가량만 남는다는 설명이다.

이야기는 다시 현 정부의 조세정책으로 넘어갔다. 정부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올 들어 5억원 이상 개인소득자에 대한 과세표준을 40%에서 42%로 올렸지만, 정작 세금을 걷어야 할 곳에선 걷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앞서 탄핵국면 당시 대선후보들의 조세정책에 대해 조세전문가들은 법인세 과표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초대형 기업과 억 단위의 영업이익을 버는 중견·중소기업의 세율이 25%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제혜택이나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이 대기업에 제공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른바 '실효세율'은 더 낮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법인세를 비교하곤 하지만, 실효세율을 따져보면 우리 대기업들의 법인세는 결코 높지 않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이미 결정이 됐음에도 잡음이 지속되는 내년도 최저임금 문제도 따지고 보면 번지수 문제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중소기업 혹은 영세한 자영업자와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소위 '을들의 갈등'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결국 부담을 지워야 할 대상을 잘 못 택했다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 평균연봉이 6521만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대기업 근로자 중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이는 없다. 결국 소득이 적은 이들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려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보단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 직접 분배에 나서는 게 더 확실하다.

이런 주장은 심지어 경제단체회장의 입을 통해서도 제기됐다. 법인세 과표를 보다 세분화해 조 단위의 이익을 내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소득세 수준까지만 맞춘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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