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고, 취임과 동시에 설치한 조직도 바로 일자리위원회였다.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상황판을 두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했지만 그 성적은 민망한 수준이다. 작년 말 올해 일자리 증가 목표치를 32만명으로 잡았지만, 올해 상반기 취업자 증가는 14만2000명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36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결국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선 연간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18만명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이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실제 KDI가 내다보는 올해 일자리 숫자는 14만명이다.

 이 와중에 8일 발표한 삼성 투자계획은 '가뭄 속 단비'다. 삼성은 문 대통령 임기 내인 향후 3년간 투자규모를 180조원을 늘리고 이를 통해 4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인공지능(AI), 바이오사업 등 미래성장동력에도 25조원을 투자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방안을 내놓으면서 삼성이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삼성과 중소기업, 청년이 윈윈할 수 있고, 국가경제의 지속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는 삼성의 발표가 그저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투자 발표에 앞서 항간에선 말들이 많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 방문에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총리에게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투자계획은 지난달 9일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회동에 따른 삼성 측의 화답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에게 직접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만약 청와대의 '구걸' 발언이 사실이었다면, 그것은 어떻게든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속내를 읽지 못한 발언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의 속내는 오히려 "올해 일자리를 18만명으로 수정 전망했는데 20만~25만명으로 늘릴 수 있다면 광화문광장에서 춤이라도 추겠다"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가깝지 않을까.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을 당시, 수많은 이들이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기업은 곳간을 열었다. 공이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제대로 집행되고 원하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멍석을 깔아야 한다.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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