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상은 기정사실이고 금융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얼마를 올릴지 가늠하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인상률은 3~4%입니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여러 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보험사의 주장입니다.

정비요금 인상과 자동차 사고율 증가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을 자동차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기업이란 게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고객에게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특히 정부가 자격 요건을 규정해 독과점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준 금융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것들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100% 공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자동차 정비요금이 오르는 것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6월 말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했습니다. 시간당 최저 2만5394원에서 최고 3만4385원이고 평균으로는 2만9000원 정도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는 현 공임 시세(2만3000~3만4000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험연구원은 국산차 수리비 증가로 약 2% 후반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원가가 3% 가까이 오르니 이익을 고려해 3%는 올려야 맞습니다. 보험사가 국토부에서 제시한 적정 정비요금을 계속 지켜왔고 앞으로도 정확히 거기에 맞춘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보험료 인상의 근거로 삼기 어렵습니다. 그동안은 보험료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공표한 정비요금은 가이드라인이라 구속력이 없습니다. 보험사와 개별 정비소는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만 하고 각자의 뜻에 따라 계약을 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국토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정비 요금을 두고 보험사와 정비소와의 소송이 연간 1000건에 육박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과 2010년에도 적정 요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잘 따르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소송은 주로 영세 정비업체가 적정 정비 요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보험사에 제기했습니다.

구속력이 없기는 과거와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정확히 따른다고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따른다고 해도 그동안 적절한 비용을 치르지 않고 보험사가 챙긴 이익으로 메꾸는 게 도리입니다.

일부로 보이지만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정비요금을 많이 지급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에 있던 소송을 통해 드러났는데 한 대기업 직영 서비스센터에 시간당 7만원 이상, 많게는 15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보험사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원가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폭염으로 자동차 이용이 늘고 그만큼 사고가 증가했으니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도 날이 좋아져 자동차 이용이 줄고 그만큼 사고가 감소하면 보험료를 내리겠다는 얘기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대인배상 보험금 일부가 피해당한 사람의 소득 기준으로 상정되는 만큼 최저임금이 오르면 보험료도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 중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한 사람의 비중이 훨씬 높을 테니 말입니다.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을 덮어놓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필수재인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려면 보다 그럴듯한 이해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의 주장은 고깃집에서 달걀값이 올라 부득이하게 삼겹살값을 인상한다는 식의 핑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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