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후분양을 시행하는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후분양제 활성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후분양제는 건설 사업자가 아파트 등의 주택을 짓기 전에 분양을 하는 선분양제와는 달리 주택건설 공정이 거의 끝난 후 분양을 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8일 국토교통부는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과 ‘공공주택업무처리지침’,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등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건축 공정률이 60%에 도달한 이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경우 공공택지의 공동주택용지를 우선 공급할 수 있다. 국토부는 공정률 판단 기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고시할 예정이다.

택지를 우선 공급한 이후 사업자가 후분양 조건을 실제로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후분양 조건으로 택지를 받은 사업자는 입주자 모집 승인 시 후분양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지침 개정안은 행정예고와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을 거쳐 9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영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건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계약자들의 중도금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추진이 수월한 선계약제와는 달리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사업자가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중소건설사의 경우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워 대형건설사 위주의 시장 독점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중소건설업체의 공급 중단에 따른 주택공급량 감소 및 수급불균형으로 주택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작지 않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후분양제가 마냥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는 매매차익에 기댄 시세차익을 노리고 선분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탓이다. 수도권에 탄생되는 신규 아파트 분양에 당첨만 된다면 로또가 되어 하루아침에 팔자가 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자금 부담도 선분양보다 커질 수 있다. 선분양에선 계약금→중도금→잔금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쪼개서 부담이 가능하지만 후분양에서는 분양대금 전체를 일시에 지불해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규모의 목돈이 필요하다. 건설비를 건설사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양가 인상 요인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준다해도 회사 신용도나 사업장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중소업체는 사실상 후분양제를 감당할 여력이 안된다. 주택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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