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금융당국 은산분리 완화 드라이브..하반기 법안 통과 유력

인터넷전문은행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은산분리 완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회에 표류 중이던 관련 법안의 하반기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7일 오후 3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한다. 출범 1년을 맞이한 인터넷은행에 대한 혁신 성과와 향후 과제를 진단하는 자리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은산분리 완화를 꼽아왔던 만큼 그 당위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청와대는 은산분리 완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1호 규제혁신’ 대상으로 은산분리를 점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관련한 현장행보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경우 이전부터 은산분리 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은행의 긍정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합리적인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현장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여름휴가 일정도 조정했다.

대학교수 시절 은산분리 원칙을 강조하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은산분리 완화 쪽으로 돌아선 상태다. 윤 원장은 최근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특례법 형태로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산분리는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행사 한도 4%)까지만 가질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은행의 사금고화 등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유착을 막기 위한 게 기본 취지다.

도입된 지 30년을 훌쩍 넘긴 은산분리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인터넷은행의 출범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 지분비율에 맞춰 증자가 가능하다. 은산분리에 막혀 혁신적 서비스나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은행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라 청와대까지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표명하면서 완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회 상황도 우호적이어서 하반기 중에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관련법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2건의 은행법 개정안과 3건의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있는 지분 4%)에서 34% 혹은 50%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들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여론도 인다. 현 정권의 지지층인 진보진영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은산분리 완화는 재벌의 배를 불릴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이 정부의 금융위의 인터넷은행 활성화 현장간담회와 같은 날인 7일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로 맞불 작전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측은 “인터넷은행의 실적 부진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은행 경영 실패를 모면해주기 위해 국가 금융정책의 근간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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