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증시에서는 일부 기술주들의 주가 조정폭이 커지며 시장에 우려를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2의 닷컴 버블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미국의 IT 섹터가 지난해와 올해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수익률을 나타내며 증시 상승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주도주의 약세 전환은 자칫 시장의 추세 반전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미국과 미국이외 지역 증시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노이즈를 가져 오고 있지만, 미국증시가 완연한 약세장으로 진입할 경우에는 글로벌 증시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하락 동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려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술주의 급락 현상을 미국 IT 섹터 전체 또는 미국 주식시장 전반의 피크아웃 신호로 인식하는 것은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다소 성급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주가와 밸류에이션 측면을 고려해 보면, 미국 IT 섹터 주가는 지난해 연간 37%가량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약 20%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IT 섹터가 미국증시 전체는 물론 미국 내 여타 섹터를 크게 앞서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최근 미국 IT 섹터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18배 수준으로 미국 전체 시장의 PER인 17배보다 다소 높아졌다. 반면, 12개월 예상 EPS(주당순이익)는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과거 닷컴 버블 당시인 2000년 IT 섹터의 PER 약 50배 수준과는 아직 괴리가 큰 상황이다.

둘째, 일부 기술주들의 주가 조정폭 확대가 기술주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산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시장에서는 미국 IT 섹터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이니셜을 묶어서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이라는 명칭으로 불러 왔다. 그러나, 최근 20% 이상 급락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주는 사생활 보호 규제(GDPR)법 강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 개별적 특수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초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비용을 크게 늘인 반면, 가입자수가 감소한 영향으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점이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트위터와 넷플릭스 역시 가입자 증가폭 둔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비해 아마존과 애플, 구글의 주가는 여전히 견조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애플은 지난주에 미국 상장기업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일부 기술주의 조정이 IT 섹터 전체로 확산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세 번째로 매크로 지표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미국은 2009년 6월 이후 최근까지 9년 넘는 경기 확장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역대 최장 확장기였던 10년 싸이클을 고려하면 1년 이내 경기 피크아웃 우려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면, 뉴욕 연은에서는 1년 이내 미국경기의 침체 확률을 현재 약 13%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거 이 확률이 25% 이상일때 미국 제조업 생산이 역성장에 진입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올해 하반기내 미국 경기의 정점 형성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과거 미국 장단기 금리차 축소와 경기 침체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해 왔고, 주식시장의 고점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 이후에 형성된 바 있다.

현재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간 장단기 국고채 금리차가 약 30bp 수준인 점과 시차의 존재를 고려하면 미국증시의 고점 논쟁은 아직 성급해 보인다.

미국증시가 여전히 IT 섹터 중심으로 상승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미국 IT 섹터와 주가 괴리율이 커진 이머징마켓 IT 및 국내증시 IT 섹터에도 낙폭 만회의 기회를 제공할 여지는 남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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