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7월 후반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오히려 완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8월을 맞는 글로벌 증시의 주요 변수는 여전히 무역분쟁 리스크의 완화 여부이겠지만 미국 vs. 미국 이외 지역간의 디커플링(차별화)이 해소될지 여부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G2간 무역전쟁 리스크는 정치적 요인이 결부된 G1 헤게모니 쟁탈전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만일 G2간의 무역전쟁이 타협안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다양한 비관세 장벽의 등장 및 통화전쟁 등으로 전선의 범위가 확산된다면 세계 교역 위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다.

또한 미국의 관세율 인상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게 되면 미국내 인플레 압력은 더 커지게 된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이 이미 연준 목표치인 2%를 넘어서고 있어 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반면, 이같은 무역전쟁의 부정적 여파에 대한 우려는 역으로 미국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소비자 협회는 미국내 가계가 무역전쟁으로 벌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추가 2000억 달러 중국산 제품 과세는 일상 소비물품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미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미국 상원이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결정시 의회가 참여해야 한다는 동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율 상승세를 배경으로 보호무역 강경 정책을 지속 중인 상황이다. 허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비판 여론은 향후 미국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올해 11월 초 미국이 중간선거 일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상승과 여론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을 G2 무역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만드는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보호무역 강경 정책의 일정부분 후퇴와 중국의 일정부분 양보가 전제돼야 하겠지만, 이번 무역전쟁에 대한 금융시장의 해석이 치명적인 글로벌 경기 악화 문제가 아니라 일정 기간의 노이즈 이슈로 인식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낙관론이 미국의 추가 관세 발효 전에 확산될 경우 주식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위험자산들은 무역전쟁 격화 이전의 펀더멘탈 궤도로 점차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증시는 6~7월의 가격조정에서 벗어나 기간조정 및 점진적인 낙폭 만회 시도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6월 무역전쟁 리스크 확산 이전에 미국 등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주식시장간의 디커플링 및 달러와 비달러 통화지수간의 디커플링이 진행된 바. 이를 초래한 주요 배경이 US vs. Non US의 경기모멘텀 차이 및 통화정책 차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경기 모멘텀 차이의 변화 방향이 이머징마켓 주식시장과 통화가치 흐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7월 들어 유로존 및 이머징과 미국간의 경기모멘텀 차이가 좁혀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달러화의 일방적 강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위안화와 아시아 통화 약세 유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됐던 미국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당시 타겟 교역국의 통화가치는 절상으로 귀결된 사례들이 학습효과로 남아 있다. 향후 마련될 G2 무역협상 테이블에 위안화의 절상 여부가 카드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변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증시의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를 고려하면 올해는 3분기까지 증익이 예상되고 있다. 2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주요 500개 기업의 합산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횡보 흐름을 나타낸다. 그러나 3분기 영업이익 전망 컨센서스는 개선 흐름이다. 이에 불구하고 국내증시는 G2 무역전쟁 여파의 조정 국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추이다. 실적 전망치 대비 주가 조정폭이 커진채 3분기 중반으로 진입중이라는 점에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G2 무역전쟁이 부정적인 시나리오로 진입해 관세율 전쟁을 넘어 통화전쟁 등으로 확산될 경우 시장의 체계적 리스크는 커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펀더멘탈 지표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밸류에이션 매력 등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반대로 시장의 체계적 리스크가 완화 조짐을 보일 경우 국내증시의 12개월 예상 PER가 현재 약 8배 내외 수준으로 2010년 이후 최저치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 주목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들어 12개월 예상 EPS의 상대강도 추이를 비교해 보면 미국> 이머징> 한국 등의 순으로 국내증시의 실적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머징마켓 전체 12개월 예상 EPS 대비 상대 EPS 조정폭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의 12개월 예상 PER만 2010년 이후 평균치를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펀더멘탈과 주가간의 괴리가 커진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가장 큰 호재가 실적 대비 저평가라는 점은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4/4분기로 들어서면 이듬해의 경기 흐름 등 미래 펀더멘탈 전망에 대한 주식시장의 민감도가 커지는 현상이 관찰돼 왔다. 올해 대비 내년 성장률 둔화를 전망하는 기관들이 우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주식시장의 상대 성과는 시기적으로 3분기 실적 개선을 반영할 수 있는 3분기 중반~4분기 초가 올해 연말 대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3분기보다 4분기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도 금리 흐름 관련 연말 주식시장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G2 무역분쟁 완화시에는 3/4분기 실적 전망치 개선에도 불구하고 6~7월 낙폭이 컸던 필수소비재, 금융, IT 섹터 관련주들의 낙폭 만회 가능성을 고려하는 시장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향후 G2 무역협상 재개시 위안화의 강세 전환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중국 소비 관련주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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