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경기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의병 모습. /사진=경기문화재단

경기도는 예전부터 알맹이를 지키는 단단한 호두껍데기 같은 곳이었다. 수도 한양을 둘러싸고, 외적의 침입을 막는 최후의 보루였다. 임진왜란 때도 오산의 독산성과 고양의 행주산성에서 큰 승리를 일궈내며, 왜군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제 강점기 의병활동의 본거지도 경기도였다. 1895년 일제가 단발령을 내리자 유생 김하락, 조성학, 구연영, 김태원, 신용희 등이 이천에 모여 경기 의병 연합부대인 '이천수창의(利川首倡義所)'를 결성했다. 이들은 이천 백현과 이현 등지에서 일본군 수비대와 격렬한 전투를 벌였으며 대승을 거뒀다. 이천시 산둔면에는 '이천의병전적비'가 세워져 당시 의병활동을 기리고 있다. 

이천 의병활동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다. 반도체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세계 일류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반도체가 무너진다면 한국 경제가 단번에 휘청거릴 정도인데, 최근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이 엄청난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외세의 침략으로 꺼져가는 등불 같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의병처럼 반도체 공장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이천 반도체 공장에 2020년까지 3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생산 라인 M16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공장 건립 후 투입될 장비 투자까지 고려하면 전체 투자금은 15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관련 일자리만 34만여개가 새로 생겨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도 경기도가 중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평택 반도체 제2공장 건설을 확정하고 3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생산량을 대폭 늘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등 4차 산업시대의 반도체 수요에 선제로 대응하겠다는 뜻이었다. 

삼성전자의 평택 2공장 건설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2014년 투병을 시작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면 푸젠진화, 칭화유니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등한 기술력에다 공급량에서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기도가 외세 침략을 막는 든든한 요새였던 것처럼, 이천과 평택은 중국과 미국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한국 반도체를 상징하는 지역이다. 한반도의 오랜 역사 속에 한민족을 지켜낸 경기도가 다시금 한국 경제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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